손자(준모) 이야기/작명

손자의 이름 작명

돌샘 2012. 3. 1. 13:58

                                    손자의 이름 작명(作名)

1. 서언(序言)

나의 손자(孫子) 솔이(胎名)는 초계(草溪) 변(卞)씨 33세(世) 손(孫)으로 태어났다. 솔이는 종손은 아니지만 7대조 할아버지 직계에서는 맏이로 태어났으니 집안의 모범이 되어야 할 위치에 있다. 작명(作名)을 함에 있어 손녀(孫女)라면 예쁜 이름을 짓도록 솔이 부모에게 일임하여도 되겠으나 손자(孫子)의 경우에는 다르지 않겠는가. 할애비가 작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으나 기본적인 상식은 지니고 있는 바,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전통적인 방법에 의하여 직접 작명(作名)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2. 초계(草溪) 변(卞)씨 세대항렬(世代行列)

일반적으로 각 성씨(姓氏)마다 오행(五行)인 木, 火, 土, 金, 水를 순환 반복하여 기본 부수로 하는 한자로 항렬을 미리 정해 놓고 한 세대에서는 이름 첫 자에 항렬을 넣고 다음 세대에는 이름 끝 자에 항렬을 넣는 방법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 초계 변씨의 33세 항렬에는 본뜰 모(模)와 심을 식(植)이 있으며 양전(良田) 변문(卞門)에서는 본뜰 모(模)자를 항렬로 이용해 왔으므로 그 관례를 따르기로 했다. 초계(草溪) 변(卞)씨 33세(世)의 경우 항렬(行列)이 이름의 끝 자에 들어가는 순서에 해당한다.


3. 작명 기본사항

항렬인 본뜰 모(模)자가 이름 끝 자에 들어가므로 결국 이름 첫 자를 결정하는 것이 작명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작명은 한문(漢文) 지식이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 등 집안의 어른들께서 각종 경전에 나오는 형이상학적인 큰 뜻을 부여하여 만들거나 역사서나 고사에 나오는 훌륭한 위인들의 이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바뀌어 요사이는 좋은 작명을 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춘 집안 어른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편리하고 간단한 점이 부각되어 작명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순수한 한글 이름을 작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집안 어른이 작명을 할 때는 집안의 내력 등을 고려하여 이름의 뜻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으며 작명소를 이용할 경우에는 사주, 오행 등을 위주로 작명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4. 작명 과정

작명이 결과적으로는 이름중 첫 한 글자를 결정하는 것이 되지만 사랑하는 손자가 평생 불리게 될 이름을 짓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먼저 시대적으로 나 자신이 한문(漢文)을 제대로 배운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전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다행히도 아들이 결혼하기 전후에 복합적인 목적에 의해 사서(論語, 孟子, 大學, 中庸)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읽어보았기 때문에 작명을 위해서 경전의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사항이 아니란 점은 알 수 있었다.

먼저, 다음과 같이 작명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작명시 제외해야 할 글자를 결정하였다.

-. 작명시 고려사항

   부르기 쉽고, 뜻이 좋으며, 성명학적으로도 결함이 없는 글자.

-. 작명시 제외한 글자

   (1) 선대의 이름에 포함된 글자 : 仁, 義, 禮, 智, 信, 德, 元, 亨, 利, 貞 등

   (2) 솔이 아범 외종과 이종중 ‘모’자 항렬에 이용된 글자 : 성모, 형모, 종모, 창모, 충모 등

   (3) 좋지 않은 연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글자 : 기, 태, 호 등

   (4) 너무 흔한 이름, 널리 알려진 사람과 동일한 이름

   (5) 항렬 모(模)에 나무 목(木)변이 들어가므로 나무 목이 부수로 반복하여 들어가는 한자

두 번째 단계, 상기한 사항을 고려하여 한글 가나다 순으로 작명 가능한 글자를 40여개 선별하여 나열하고 그 중 손자 이름으로 손색이 없을 만한 여덟 가지 글자를 작명 후보 글자로 선정하였으며, 내가 최우선적으로 의중에 두고 있는 글자도 하나 결정해 두었다.

세 번째 단계, 솔이가 의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손자임이 간접적으로 밝혀진 며칠 후 이상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아범과 어멈에게 전달하고, 너희들도 부모로써 자식의 이름 결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고 출산 때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돈내외분과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들어보고 심사숙고하여 최종 이름을 결정하도록 하자고 하였다. 작명소에서 사주 등을 고려하여 이름을 짓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작명소에 일임하지 말고 항렬과 본 자료를 참고하여 작명을 의뢰하도록 조언을 했다. 집사람에게도 본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네 번째 단계, 솔이 출산 전에 아들내외도 내가 의중에 두고 있는 이름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집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나 출생 전에 이름을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솔이가 태어난 후에 아들내외와 다시 의견을 교환하여 손자의 이름을 卞俊模로 최종 결정하고 출생신고를 완료하였다.


5. 이름의 의미와 소망

나의 맏손자는 초계(草溪) 변씨(卞氏) 33세(世)이며 이름은 준걸 준(俊), 본뜰 모(模)로 하여 성명(姓名)은 변준모(卞俊模)이다. 준걸 준(俊)과 본뜰 모(模)는 다음과 같은 좋은 뜻을 담고 있다.

俊 준걸 준

• 1. 준걸(俊傑 : 재주와 슬기가 매우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

• 2. 뛰어난 인물(人物)

• 3. 좋다, 당당하다(堂堂--), 헌걸차다, 헌거롭다

• 4. 뛰어나다, 걸출하다(傑出--)

• 5. 크다

• 6. 높다

• 7. 수려하다(秀麗--), 아름답다

본뜰 모

• 1. 본뜨다, 본받다

• 2. 쓰다듬다, 문지르다

• 3. 법(), 법식(法式 : 법도(法度)와 양식(樣式))

• 4. 본(本), 본보기(本--)

• 5. 무늬, 문채(文彩ㆍ文采)

• 6. 모양, 형상(形象ㆍ形像)

• 7. 거푸집

이름은 항렬을 제외하면 한 글자만 추가되므로 이름에 좋은 뜻을 충분히 담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준모(俊模)야! 너의 이름에는 ‘뭇사람들이 본받을 수 있는 재주와 슬기가 뛰어난 인물(人物)’이 되어 달라는 할애비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단다.


* 다른 사람에게 나의 성(姓)을 이야기할 때는 변가(卞家)라고 해야 하나 본 글에서는 나의 조상님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변씨(卞氏)라 칭(稱)하였음을 부언해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