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례(경조사)/딸 결혼

딸을 시집보내며

돌샘 2017. 10. 1. 22:39

딸을 시집보내며...

(2017.9.23.)

어찌 보면 엊그제같이 짧았던 세월이고, 과년한 딸을 둔 애비의 초조한 마음으로 보면 긴 세월이었단다.

32년 전 예쁜 공주님을 순산했다는 연락을 받고 일찍 퇴근하여 병원 유리창너머로 부녀간에 첫 대면을 했지.

자식은 사랑할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은 오빠에게는 물론 딸인 너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단다.

가정보다 직장 일을 우선시 하는 모범(?) 아빠를 둔 덕분에 유치원 행사는 물론이고

초·중·고등학교 입학과 졸업식 날에는 주로 엄마와 오빠의 축하를 받았지.

대학에 다닐 때는 물론이고 직장에 다닐 때에도 야간통행금지는 풀리지 않았지.

간혹 사전허가를 받고 늦게 귀가하던 날 지하철역에 마중을 나가

부녀가 함께 집에 오면서 나누는 대화가 가장 긴 소통의 기회였나 보다.

그리고 20대 중반을 넘어설 무렵부터 결혼 독려가 시작되었고 30대가 된 후에는 거의 구박 수준으로 변했지.

그러나 막상 시집을 가고 나면 한 동안 허전한 마음에 멍하니 이생각저생각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네가 결혼을 하면 현명하게 잘 처신해 나가리라 믿는 것도 역설적이지만 괴팍하고 가부장적인 애비 밑에서 자랐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충분히 겪어보았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어느 날 네 엄마로부터 너에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지.

평소 여자는 시집을 가면 시가 어른들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처신해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을 뿐,

결혼상대자가 어떤 조건을 갖춘 청년이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단다.

사실 네 오빠는 집안의 전통을 어느 정도 이어갔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너는 그보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란다.

네 배필이 될 청년을 직접 대하기도 전에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도

우선 당사자가 마음에 들어 하고 네 엄마 또한 사위감으로 좋다고 하니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단다.

결혼식장을 알아보고 날짜를 정할 때도 너희 두 사람 생각과 하객들의 편의가 우선이었지.

혼수 등 결혼 준비를 할 때 검소한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신랑 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부모로서의 기본 도리는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준비과정엔 네 엄마와 수시로 상의하면서 혹시 네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없는지 물어보곤 했단다.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겠지만 불평 불만하지 않고 부모의 뜻에 잘 따라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단다.

그러고 보니 애비가 네 결혼식을 대비해 직접 준비를 한 것은

‘신부입장’ 때 네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추어 걷는 연습을 한 것이 전부인가 보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떠난 뒤 너와 전서방이 써놓은 편지 잘 읽어보았다.

애비가 선현들의 말씀과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너희에게 당부하는 말을 간단하게 남겨놓으니 생활에 참고하도록 하여라.

 

너희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들떴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평상심의 일상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내가 조언을 하고자 하는 것은 ‘부부간의 소통’과 ‘계획에 의한 생활(삶)’에 관한 내용이다.

너희는 현대식 부부니까 우리 세대보다 대화를 더 많이 나누며 생활하겠지만

노파심에서 먼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너희의 앞날이 항상 순탄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세상엔 예기치 않았던 일도 생기게 마련이란다.

평탄한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대동소이하겠지만 힘든 일을 겪게 될 때는

합심하여 현명하게 잘 대처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풍비박산되는 가정도 있단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부가 합심하여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공감의 폭이 넓어야 한단다.

자기 생각과 다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말없이 참고 인내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란다.

공감을 통한 가정의 진정한 화목을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단다.

다음은 삶의 계획과 생활 방향 그리고 노력에 관한 이야기란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는 내용과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정답은 없단다.

하지만 늙어 후회하지 않으려면 삶을 미리 계획하고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은 후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계획이나 목표 없이 부평초처럼 살거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이 허겁지겁 살아도

당장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단다.

보람된 삶을 영위해 나가려면 최소 5년 내지 10년은 앞날을 내다보며 생활을 계획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단다.

가정에 관한 계획은 부부가 머리를 맞대어 신중히 수립하고

매년 성과를 분석하여 필요하면 조정도 해나가도록 하여라.

흔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계획과 그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노력하여도 성과를 제대로 얻을 수가 없단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앞날을 내다보며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삶을 계획하여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합심하여 노력해나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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