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지우) 이야기/4~5세 성장기록

지우의 생각과 표현력

돌샘 2019. 9. 28. 10:48

지우의 생각과 표현력

(2019.9.22.)

지우가 아빠와 함께 할머니집에 와서 오빠는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고 했습니다. “지우야~ 생일잔치에 가는 것보다 할머니집에 오는 것이 좋지?”하고 물었더니 “생일잔치에 가면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데...”하며 부러움을 나타내었습니다. 지우가 가지고 놀던 조그만 인형 이름을 물었더니 “몰랑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잘못 알아듣고 “못난이?”하자, “할아버지는~ 잘 모른데요~”하며 놀리고는 “몰! 랑! 이!”하며 한자씩 띄어 큰소리로 또렷하게 발음해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몰라니”로 다시 잘못 알아듣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나서야 ‘몰랑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었답니다. 지우가 얘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오빠가 내 머리를 때렸어요!”하였습니다. 지우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짐짓 “그래?, 오빠가 지우를 때리면 오빠를 다른 집에 보내버릴까?”했더니 큰소리로 “안 해!”하고 소리쳤답니다. 점심때는 계란과 오징어 그리고 미역국을 먹으며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화중 “할머니가 다음 달에 하얀 국물(곰국)을 만들어 주실 거예요?”하고 물어 “왜 할머니가 하얀 국물을 끓여주어야 하니?”하고 말하자, “그래야지 집에 있는 하얀 국물을 다 먹을 수 있을 건데...”하였습니다. 결국 “할머니가 힘들지만 지우가 말 잘 들으면 끓여 줄게.”하는 약속을 받아내었습니다. 지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그리고 조리 있고 귀엽게 잘 표현한답니다.

 

지우가 오늘은 가운데 뿔이 하나 달린 머리띠를 뽐내듯 쓰고 놀았습니다. 어제 아빠와 ‘언더씨킹덤’에 놀러가서 샀다고 했습니다. “지우야~ 쓰고 있는 게 무슨 머리띠지?”하고 물었더니 “유니콘이에요. 여기 뿔이 하나 있잖아요.”하며 이름과 그 이유까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버턴을 누르면 불빛과 소리가 나는 ‘요술지팡이’처럼 생긴 장난감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궁금했지만 지우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할머니와 손녀가 이리저리 만지고 분리해보더니 아랫부분에 비눗방울 날리기가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지우는 비눗방울을 날린다며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태풍영향인지 바람이 세게 불어, 비눗방울이 둥둥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 없게 되자 곧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마침 고모가 조부모 결혼 40주년이라며 보내준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케이크에 촛불을 붙일 때 지우가 “오늘은 누구 생일이 아니니까, 촛불을 같이 끄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촛불을 끌 때는 자기가 먼저 ‘후~’하며 불어 꺼 버렸답니다. 지우 나이또래에는 촛불을 붙이고 불어서 끄는 과정이 놀이처럼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지우가 탁자에 앉았다 옆방 책상에 앉았다 번갈아 가며 ‘포스트잇’ 위에 그림을 그리고는 자기라며 ‘변지우’라는 이름도 썼습니다. 그림을 보니 눈동자가 큰 긴 머리카락의 소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지우가 할머니 치마 위에 올라앉아서 치마로 자기를 감싸며 “나는 캥거루다!”하며 소리쳐 좌중을 웃기기도 하였습니다. 캥거루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표현이지요. 엄마와 오빠가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지우가 장난감을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여 안아주자 싱글벙글하며 좋아했습니다. 배웅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려 놓은 그림을 냉장고 문짝에 붙이고, 지우의 귀여운 말과 행동을 회상하며 웃음 지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