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님/조부모님 회상

할아버지와 대봉감 홍시

돌샘 2014. 12. 13. 13:35

할아버지와 대봉감 홍시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리니

빨갛게 잘 익은 큼직한 대봉감 홍시를 하나 주시면서

‘그래, 객지에서 고생이 많았다. 이거 하나 먹어보라.’고 하셨다.

주신 것을 받아들고 방을 나오려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홍시를 들고 밖에 나가면 형과 동생들에게 빼앗긴다.

여기서 천천히 먹고 나가거라.’고 하셔서 말없이 다 먹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방학 보충수업을 받으러 가기위하여 할아버지께 하직인사를 드리니,

갑자기 ‘학교에 가도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는 올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할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시기는 하셨지만 돌아가시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채 ‘예’하고 대답을 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대봉감 홍시는

할아버지께서 셋째 손자인 나에게 주신 마지막 사랑의 선물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대봉감을 보거나 홍시를 먹을 때면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집사람이 홍시를 만든다며 구해온 대봉감을 보니 46년 전의 일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뚜렷하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기일(忌日)이 며칠 남지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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