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9년 이야기

손주들의 야간 방문

돌샘 2019. 8. 16. 23:05

손주들의 야간 방문

(2019.8.9.)

일주일 중에서 금요일 퇴근 후가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쉴 겸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셨더니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범이 준모와 지우를 대동하고 본가에 잠깐 들린다고 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준모는 인사를 하고 할머니에게로 갔는데, 지우는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내가 양팔을 벌린 후에야 활짝 웃으며 안겨왔습니다. 할애비에게 장난을 치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 다리에 긁힌 상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손과 팔, 다리 등 여러 곳에 찰과상 상처가 남아있었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다쳤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졌다고 했습니다. “준모야~ 아파서 많이 울었겠구나?”했더니 “1분 정도만 울고 그쳤어요.”했습니다. 많이 아팠지만 씩씩해서 조금만 울었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투였습니다. 다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언짢았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했습니다. 아픈 것은 물론이고 화끈거리고 따가워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할머니가 스마트폰 배달용 앱을 깔고 나서 처음으로 주문시켰던 아이스크림을 자랑스럽게 내놓았고 모두들 둘러앉았습니다. 지우가 “할머니!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사 왔어요?”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스마트 폰에 깐 앱으로 배달시켰지~”하고 대답하자, 할머니의 모바일 활용능력에 자못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준모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집에 혼자 남아있는 엄마 몫도 챙겨 할애비의 감탄을 자아내었습니다. 새아기는 어린 아들이 엄마 몫을 챙겼다는 효성스러운 얘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흐뭇할 것 같습니다. 준모와 조부모는 ‘루미큐브’게임, 지우는 아빠와 동화책 읽기를 했습니다. 지우는 중간에 게임하는 곳으로 와,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게임을 은근슬쩍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손주들이 야간 방문한 날, 밤이 금방 깊어 오랫동안 놀 수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