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9년 이야기

오빠는 흐리다 갬, 여동생은 쾌청

돌샘 2019. 8. 30. 20:53

오빠는 흐리다 갬, 여동생은 쾌청

(2019.8.16.)

할머니가 준비해 놓은 반찬도 가지고 갈 겸 아빠가 본가에 들리는 편에 준모와 지우도 동행을 했습니다. 현관 밖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준모는 웬 일인지 시무룩한 표정이고 지우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준모는 늘 넉넉하고 의젓한 모습이었는데 오늘 무슨 사연이 있은 모양입니다. 자세히 묻지는 못했지만, 차를 타고 오는 도중에 준모가 졸린다며 집에 돌아가자고 하여 꾸중을 들었나봅니다. 할머니가 준비한 반찬을 건네며 졸리면 집에 가서 편히 쉬도록 권했지만 준모는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사이 잠은 달아나고 서서히 생각이 달라지나 봅니다. 그런데 지우는 평소보다 더욱 애교를 부리며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빠가 꾸중을 들으면 애들 마음에 자연히 위축이 될 텐데... 지우는 거실 커턴 뒤에서 주인공처럼 걸어 나와 춤을 추어 박수를 받았답니다.

 

누워서 감정을 추스르고 나자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준모가 방에서 ‘루미큐브’블록을 들고 나왔고 조부모가 옆에 앉아 세 사람 간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지우는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놀았지만 오빠가 하는 게임에 자꾸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다가 할머니 무릎에 눕기도 하고 때로는 블록을 흩뜨리는 장난도 쳤습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준모는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평소처럼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준모는 기분이 흐렸다 개고 지우는 쾌청함을 유지했습니다. 손주들이 남긴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하는 인사가 자꾸 귓가를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