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0년 이야기

조손의 게임과 야구

돌샘 2020. 7. 3. 23:06

조손의 게임과 야구

(2020.6.28.)

저녁을 먹고 어스름이 내릴 무렵 준모와 지우 남매가 환하게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준모는 짐을 든 상태라 인사를 마치고 서둘러 현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지우는 할머니를 보자 자전거를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묻고 나자, 준모가 할아버지 우리 카드 놀이해요.”하며 카드를 꺼내었습니다. “지우는 이 카드놀이 할 줄 아니?”하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습니다. 준모가 설명하는 놀이방법을 듣고, 세 사람이 둘러앉아 게임을 펼쳤습니다. 카드를 섞어 7장씩 나누어가지고 난 다음에 바닥에 한 장을 펼쳤습니다. 바닥에 펼쳐진 카드와 색깔이 같거나 숫자가 같은 카드를 차례대로 한 장씩 내려놓아, 카드가 먼저 없어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변화를 일으켜 흥미를 더하는 몇 가지 카드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 게임을 진행할 때 할머니가 수박과 복숭을 깎아 차린 과일 상을 내놓았습니다. 게임을 중단하고 과일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남매가 허출했던지 과일을 맛있게 먹어 할머니가 옆에서 계속 과일을 깎아야했습니다. 지우는 내 무릎에 잠깐 앉았다가 애기용(?)자전거를 타고, 준모는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프로야구 시합결과와 궁금 사항을 확인하느라 조용해졌습니다.

 

준모가 비행접시 날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몇 번 날린 후 내게 건네주며, 자기는 접시를 받을 테니 나더러 날리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우가 자기도 날리겠다며 나섰습니다. 지우도 참여하여 세 명이 비행접시를 날리고 잡느라 집안이 자연히 떠들썩해졌습니다. 준모는 떨어지는 비행접시를 손으로 잡아내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준모가 언제 만들었는지 종이를 공처럼 둥글게 말아 테이프를 붙인 종이뭉치 공(?)을 가져왔습니다. 공을 내밀며 할아버지! 이걸로 공받기 해요.”했습니다. 공 모양으로 둥글긴 했지만 이걸로 무슨 공놀이가 되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준모의 얘기라 거절을 못하고 그래, 해보자.”하며 종이 공을 건네받아 준모에게 던져보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공이 의도한 방향으로 잘 날아갔습니다. 가볍고 빠르지 않아 야간놀이에 알맞은 속도였습니다. 몇 번 던져보고는 준모와 할애비가 번갈아 피처와 포수 역할을 하며 공을 주고받았습니다. 예전에 테니스 공으로 놀이할 땐 실내에서 공이 너무 빠르고 놓쳤을 때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준모가 고안한 종이공은 외관상 엉성해보여도 실내놀이에 적합했습니다. 준모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작은 나무막대를 배트 삼아 들고, 내가 던져주는 공을 힘껏 쳤습니다. 공이 제법 힘 있게 날아가고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준모가 조부모와 루미큐브게임을 벌이는 동안, 지우는 내 스마트폰을 가져와 이상한 사진이 나오도록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손주들이 예전에 고모부와 ‘AR 이모지기능을 이용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능을 전환시켜주자 지우가 독창적으로 재미있고 우스운 형상을 조합해 보여주었습니다. 준모는 루미큐브게임을 하면서도 마음은 지우가 하는 ‘AR 이모지놀이에 가있었습니다. 남매가 화면을 이리저리 꾸미고 돌려보며 깔깔대고 때로는 자지러지게 웃어대었습니다. 할애비와 엄마 모습도 우스꽝스럽게 변환시켜 보여주며 까르르 웃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나물요리를 해준다며 루미큐브게임을 서둘러 마쳤습니다. 준모는 할애비와 다시 종이 공으로 야구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아범이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한 동영상 중에는 조손의 야구놀이가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준모가 야구놀이를 하는 동안 지우는 아빠의 목말을 타다가 동화책 읽어주는 것을 조용히 듣기도 했습니다. 조손이 즐겁게 노는 동안 여름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차가 떠날 때 조손이 마주보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