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례(경조사)/시제(추모재)

추모재 한시 이야기

돌샘 2021. 1. 29. 21:45

추모재(追慕齋) 한시(漢詩) 이야기

 

집안의 재실(齋室)에 관한 내용은 중년을 지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집안의 장남이 아닌데다 먼 객지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히 열외가 되었던 탓이다. 선대의 고향인 창원시 진전면 양촌리와 일암리, 동산리 일대 초계 변씨 집성촌에는 성구사(誠久祠) 외에도 재실이 여러 채 있다. 종가는 윗대 선조 묘사를 지내고 분가된 방계는 날짜와 시차를 두고 그 아래 조상 묘사를 지낸다. 양전변문(良田卞門) 시거조(始居祖)는 나의 15대조이고, 추모재(追慕齋)6대조 묘사를 지내는 재실이다. 묘사(墓祀)는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세월 따라 생각이 다양해지고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

 

3년 전 작은형님 내외와 조카 그리고 우리부부가 시제에 참례했을 때 촬영한 상량문(上樑文)과 추모재기(追慕齋記) 그리고 한시(漢詩) 편액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작년 가을에 백촌 김창현님이 그 한시를 해석하여 블로그에 댓글을 올리고 이메일도 보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원문과 해문 내용을 읽고 그 뜻을 찬찬히 음미해 보았다. 후손은 물론 관심을 가진 분들이 한시를 읽고 뜻을 이해하는데 편리하도록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원문)

晉之東鄙鎭之 始構墳菴傍壽

(진지동비진지양 시구분암방수장)

儀薦溪毛兼野稷 感增春雨與秋

(의천계모겸야직 감증춘우여추상)

松田樹老千年碧 巴澗源深百里

(송전수로수년벽 파간원심백리장)

但願來仍能繼述 一心無斁且無

(단원래잉능계술 일심무두차무망)

 

(해문)

진주 동쪽 변두리 진전고을 볕든 곳에

비로소 분암 짓고 그 곁에 산소 뒀네.

의식으로 냇가나물 들기장을 바치니

봄비와 가을서리에 감회 더욱 일어나네.

솔밭의 늙은 나무 천년 세월 푸르고

근원 깊은 시내는 백리 길게 뻗쳤네.

바라건대 후손이 능히 잇고 계승하여

한 마음 변함없고 또한 잊지 말기를

曾孫(증손) 相根(상근) 稿()

평기식 칠언 율시, 七陽平聲<陽莊霜長忘>

(해문 작성) : 백촌 김창현

 

(주석)

晉陽 진주의 고호, 東鄙 동쪽 변두리
墳菴(분암) 묘를 보살피기 위해 세운 암자
壽莊 생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무덤
儀薦 예의로 제물을 드림
溪毛 시냇가 풀. 祭需로 사용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공(隱公) 3진실로 마음이 광명하고 신의가 있으면 시내나 못에서 자라는 수초(水草)와 부평이나 마름 같은 야채와 광주리나 솥 같은 용기와 웅덩이나 길에 고인 물이라도 모두 귀신에게 제물로 바칠 수 있고 왕공에게 올릴 수 있다.苟有明信 澗溪沼沚之毛 蘋蘩薀藻之菜 筐筥錡釜之器 潢汙行潦之水 可薦於鬼神 可羞於王公하였다
野稷 들기장. 역시 제수로 사용. 기장이라는 곡식.
春雨秋霜 상로(霜露)의 회포 : 돌아가신 부조(父祖)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예기(禮記)》 〈제의(祭義)가을에 서리와 이슬이 내리면 군자가 그것을 밟아 보고 반드시 슬픈 마음이 생기나니, 이는 날이 추워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또 봄에 비와 이슬이 내려 땅이 축축해지면 군자가 그것을 밟아 보고 반드시 섬뜩하게 두려운 마음이 생기면서 마치 죽은 부모를 곧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 春雨露旣濡 君子履之 必有怵惕之心 如將見之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繼述 계지술사繼志述事의 준말. 원래는 선왕의 뜻을 잇고 하시던 일을 계속함을 말함. 선조(先祖)의 뜻과 사업을 계승(繼承)하고 조술(祖述).
無斁 싫어하지 않음. 변화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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