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21년 이야기

손주들과 함께한 설날

돌샘 2021. 2. 19. 21:20

손주들과 함께한 설날

(2021.2.12.)

올 설에는 정부의 방침도 방침이지만, 어머님의 배려로 우리 형제들은 고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올 설날에는 가족이 모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아들네와 딸네에게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설날 오후에 아들네 가족이 인사차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만류하지는 않았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찾아와 조부모에게 세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할아버지가 마산에 계시는 증조할머니께 세배를 드리지 못했으니, 너희 세배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준모는 막무가내로 세배를 받으라며 안방에서 방석을 가지고 나와서 졸라 대었습니다. 지우는 절하는 자세를 배운 듯 미리 동작을 보여주며 잘하는지 확인을 받았습니다. “준모야~ 내가 얘기한대로 사정상 세배는 못 받지만 세뱃돈은 준비했단다.”하며, 간단한 설날 덕담을 적은 봉투를 손주들에게 전했습니다. 지난번에 뒤이어 준모에게는 집 부근 지하철역 이름과 몇 호선인지 묻고, 전후에 있는 2~3개의 역 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의 이름과 위치를 익히도록 권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배우겠지만 사회생활에 필요한 상식이니 알고 있도록 했답니다.

 

곧 생일이 다가오는 준모에게 생일날 받을 선물은 결정했느냐고 물었더니, ‘무선조종 RC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몇 가지 선물을 놓고 아범과 함께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모양입니다. 지우가 할아버지~”하고 부르더니, 큰 용지 두 장에 빽빽이 적은 선물목록을 꺼내놓고 설명을 했습니다. 목록에는 책과 물건 이름, 파는 곳, 가격, 할인정보 등이 촘촘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지우가 직접 검색해서 찾아 적었다고 하니 유치원생으로서 능력이 놀랍고, 그 정성과 노력도 대단합니다. 지우에게 선물목록을 잘 작성했다며 칭찬하고, 그 중에서 빨리 선물을 받고 싶은 것 5개를 고르도록 했습니다. 생일선물은 조금 비싼 물건을 고르도록 권했지만, 비싼 것보다 당장 필요한 것 위주로 적었습니다. 준모도 받고 싶은 선물목록을 작성했다고 들었는데, 받을 선물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져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번에 준모는 카톡으로 내게 받고 싶은 책이름을 보내주어 주문하여 배달된 상태고, 지우는 얘기가 없어 책을 주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남매에게 책 주문, 배달상황을 쭉~ 설명하고 지우의 의견을 직접 들었습니다. “오빠 책은 배달되어 있고 네 책은 지금 주문하려고 하는데, 오빠에게 책을 먼저 주고 너는 다음 만날 때 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지우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용납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이를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라, 지우가 신청한 책을 바로 주문하여 다음 만날 때 남매에게 함께 주기로 했답니다.

 

준모가 놀이를 하고 싶다하여, 설날이니 민속놀이인 윷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새아기와 할머니가 한편이 되고, 준모와 내가 편이 되어 여성과 남성의 대결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놀이를 시작하려는데 준모가 씩~ 웃으며 안 걸어요?”했습니다. 지난번 윷놀이를 할 때 흥미를 돋우기 위해 판돈을 조금 걸고, 과자를 사서 나누어 먹었더니 그걸 얘기하는 모양입니다. 놀이에 판돈을 건 행위는 손주들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후회스러웠습니다. 준모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그냥 윷놀이를 하자고 권했습니다. 윷놀이는 초반에 남성팀이 잘 나갔지만, 여성팀이 연달아 윷을 던지며 기세를 올려 겹쳐놓은 남성팀 말을 잡고 역전승했답니다. 준모는 윷놀이를 더 하고 싶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할애비가 손자의 맞상대가 되어 윷놀이를 한판 더 벌였습니다. 준모가 초반 열세를 만회하고 역전승을 거두었으니, 오늘의 윷놀이는 모두 역전승으로 끝난 셈입니다. 남매는 할머니가 주시는 아이스콘을 하나씩 먹더니 힘이 넘쳐나는 듯 하늘정원에 올라가 부삽으로 흙장난을 시작했습니다. 꽃이 없는 계절의 흙장난은 결국 인조잔디에 흙을 뿌려 일거리를 만드는 행동이라 할애비는 만류에 나섰답니다.

 

준모와 지우가 거실 창문에 커튼을 치고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더니 뜻밖에 의견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준모는 돈이란 말은 돌고 돈다는 뜻에서 나왔다며 사례를 들어 설명했고, 지우는 지도를 펼쳐들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발표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습관이 되듯, 발표도 반복되면 습관화되어 언행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겠지요. 발표가 끝난 후에는 남매가 종이에 글을 쓰느라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지우는 우리마음이라는 장문의 글을 썼는데, 유치원생으로서 대단한 자질이 엿보였습니다. 준모는 할애비에게 바둑알까기 시합을 하자고 했습니다. 준모가 어릴 때 조손이 종종 하던 놀이입니다. 2층 뒷방에 올라가 바둑판과 바둑알, 장기알까지 챙겨왔습니다. 알까기 시합은 본래 바둑알로 하지만 장기알이 크고 튕기기 편할 것 같아 장기알까기(?)’ 시합을 벌였답니다. 지우는 소파에 앉아 아빠에게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하여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조부모와 손주들이 함께 벌이는 원카드게임이 오늘의 마지막 놀이가 되었습니다. 설날이지만 오늘은 여러 사정을 감안해 식전에 헤어지고, 다음 주말에 준모 생일 축하모임을 가지기로 했답니다.

 

준모야! 올해 10대 소년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단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큰 꿈을 잘 키워나가세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지우야! 늘 명랑하고 부지런하니 참으로 좋구나. 새해에도 건강하고 슬기롭게 잘 자라세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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