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상사/내 생일

고희를 맞이하며...

돌샘 2021. 3. 19. 21:59

고희(古稀)를 맞이하며...

(2021.3.13.)

나이 칠십을 고희(古稀)라 부르는데, 두보(杜甫)의 시구(詩句) ‘人生七十古來稀’(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요즘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 칠십까지 사는 일이 예사가 되긴 했지만 적은 나이가 아님은 틀림없다. 언제 회갑이 다가오나 했는데 금세 지공거사(?)를 거쳐 어느새 고희가 되어버렸다. 인간의 목숨은 천명(天命)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남은 세월이 그렇게 길지 않음을 예견할 수 있는 나이다. 어느 날 한줌의 재로 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덧없이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자연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자연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을... 그동안 펼쳐놓은 일들을 서서히 정리, 단순화시키면서 살아갈 때가 되었다. 번잡한 일이랑 시작하지 말고, 하던 일 차분하게 진행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때다. 흔히들 말하는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 홀가분한 상태로 한번 살아볼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칠순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해왔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주말에 가족모임을 갖고 생일 축하인사를 받았다. 특히 손자, 손녀 그리고 외손녀와 함께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회갑 하루 전날 태어나 큰 기쁨을 주었던 준모는 올해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의 대견스런 모습으로 자랐다. 손녀 지우는 일곱 살, 외손녀 소민이는 세 살이 되어 재치와 재롱을 부리며 할애비를 즐겁게 해준다. 생일인 317(음력 25) 아침엔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딸과 사위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 준모네는 퇴근 후 저녁에 들리겠다했고, 소민이네는 축하 동영상을 제작해 보내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자, 준모와 지우가 케이크를 들고 활짝 웃으며 현관을 들어섰다. 케이크 촛불을 밝히고 생일축하를 받은 다음에, 준모와 지우가 준비한 노래를 차례로 듣는 즐거움을 누렸다. 나이가 드는 서운함보다 손주들이 자라면서 보여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두보는 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고희라는 말이 유래된 시() 곡강이수(曲江二首)는 두보가 47세 지방관료이던 시절 곡강에서 봄 꽃놀이를 하며 읊었는데, 화려한 봄꽃을 보며 인생의 허무와 서글픔을 노래하고 있다. 시를 옮겨 적으며 찬란한 슬픔을 음미해본다.

 

曲江二首(곡강이수)

(其一)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줄거늘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바람에 수많은 꽃잎이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떨어지는 꽃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어찌 몸 상할까 두렵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리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강가 초가집엔 물총새가 둥지를 틀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동산 옆 큰 무덤에는 기린 석상이 뒹굴고 있네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락)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 보니 즐겁게 놀아야 하거늘

何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어찌 헛된 이름에 이 몸을 얽어매랴

(其二)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조회에 돌아오면 날마다 봄옷을 저당 잡혀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매일 곡강에서 만취하여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몇 푼 안 되는 술 빚은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이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인생살이 칠십년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라네

穿花挾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꽃 사이를 맴도는 호랑나비는 보이다 말다하고

點水淸精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강물 위를 스치는 물잠자리는 유유히 나는구나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듣자니 좋은 경치도 모두 흘러가는 거라 하니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잠시나마 서로 어기지 말고 상춘의 기쁨을 나누자구나

 

(생일 가족모임)

 

 

 

(생일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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