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늦여름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서

돌샘 2022. 8. 28. 09:31

늦여름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서

(2022.8.21.)

한더위는 지났을 시기인데 어제, 오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어제 저녁 무렵에는 몽마르트 공원으로 나가 누에다리를 건너며 바람을 쐬었다. 오늘 오후에는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 나가 강바람을 맞으며 수생식물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교통이 예상보다 원활한 바람에 햇살이 누그러들기도 전에 생태공원에 도착했다. 땡볕 아래 주차장을 걸을 땐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으나 습지로 들어서니 좀 나았다.

 

작년 7월말 이곳을 찾았을 땐 연꽃이 한창 피어있었는데... 꽃은 모두 졌지만 염천의 뙤약볕 아래서도 활짝 펼쳐진 초록의 연잎이 싱그럽게 느껴졌다. 연밭을 지나 습지에 설치된 목재 데크를 따라 갈대와 부들이 자라는 구역으로 들어섰다. 지난번 집중 호우 영향인 듯 갈대가 띄엄띄엄 쓰러져 누워 있었다. 더위를 피해 습지 중간에 있는 숲속 나무그늘에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한줄기 바람 속에 풀 내음이 묻어나고 요란한 매미 소리에 잊혔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니 나뭇가지 위에 펼쳐진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다. 한가롭게 떠 있는 하얀 구름 따라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파랗고 하얀 색깔이 선명해진 것은 가을이 오는 전조인가 보다. 습지를 지나고 돌계단을 올라 제방 위 수변산책로에 들어섰다. 산책로에 띄엄띄엄 설치된 벤치 옆에는 어김없이 책이 꽂힌 자그만 책장이 있었다. 산책을 하다가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그 정성이 고마웠다. 제방 너머로 드넓은 습지와 하천 그리고 건너편 산등성까지 선명했다. 습지 한쪽에 내려앉은 백로와 왜가리는 내 마음과 달리 미동도 없었다.

 

늦더위로 얼굴과 가슴엔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오늘따라 들고 다니는 간이용 부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손주가 할머니를 만나자마자 할아버지 것이라며 자기네 차에 두고 내린 것을 챙겨 보내준 그 부채다. 어린 손주의 깜찍한 언행이 눈앞에 그려져 미소가 떠올랐다. 제방 아래 사잇길을 조금 걸어 나오자 돌탑과 등나무 터널이 있는 갈림길이 나왔다. 어느새 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왔나 보다. 땀을 제법 흘렸지만 호젓한 수변의 자연 속을 산책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며칠 후면 처서(處暑)라 늦여름 더위도 물러갈 것이고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모두들 황금 들판에 서서 보람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