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22년 손주들(친손, 외손)

준모의 연날리기와 자매간 놀이

돌샘 2022. 12. 16. 11:09

준모의 연날리기와 자매간 놀이

(2022.12.4.)

소민이가 탁자에 놓인 카봇 시계포장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왔습니다. 오랫동안 갖고 싶어 했던 물건이기에 갖는 즐거움도 큰 가 봅니다. 선물을 전달하자 조립해 팔목에 차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 보며 기쁨을 만끽했답니다. 카봇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불빛이 번쩍거리니 흥미를 돋우나 봅니다. 준모와 지우가 도착하자 집안이 떠들썩해지며 활기가 돌았습니다. 지우는 책 선물을 받았지만 준모는 신청을 하지 않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애비가 신청하도록 재촉했지만 나름 바쁜 일이 있었나 봅니다. 책을 받지 못하게 된 건 본인 과실이지만, 동생만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테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준모가 서운한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의연하게 행동해 적이 놀랐답니다. ‘우리 손자 정말 많이 컸구나!’하는 만족감에 흐뭇했습니다.

 

준모는 학교에서 받은 이라며 가져온 부품과 실, 얼레를 꺼내 놓고 조립을 했습니다. 조립이 끝나자 할아버지~ 연 날리러 밖에 나가요!”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밖에 나가지 말고 하늘정원에서 날리자고 대답했습니다. 지우와 소민이도 서둘러 잠바를 입고 연 날리는 구경을 하러 옥상에 나왔습니다. 바람이 잠잠한 까닭에 준모가 연줄을 잡고 뛰어갈 때만 연이 살짝 날뿐 바닥에 나뒹구는 형상이었습니다. 이리저리 몇 번 날려 본 후 거실에 내려왔지만 준모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밖에 나가서 연을 날리자고 채근했지만 할애비는 추워서 싫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춥긴 했지만 막상 손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준모야~ 연 날리러 밖에 나갈까?”했더니 얼굴이 환해지며 서둘러 준비를 했답니다.

아파트 앞 놀이터에 내려가 연을 날렸습니다. 바람이 자는 것은 마찬가지라 준모가 얼레와 연줄을 잡고 달릴 때만 연이 잠시 뜨다가 곧 지면에 내려앉았습니다. 조손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초중학교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손끝이 시려왔습니다. 손자와 할애비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길을 걸었습니다. 준모가 학원에서 상급생들과 함께 수학시험을 봤는데 2등을 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했구나~” 칭찬을 하며 교문을 들어섰습니다. 교정엔 땅거미가 내려앉았지만 축구장 한쪽에 학생들 몇 명이 모여 공을 차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얼레를 잡고 트랙을 힘껏 달리자 연이 공중으로 제법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러나 달리기를 멈추니 연은 힘없이 땅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준모가 할아버지! 운동장 트랙 길이가 얼마나 될까요?”하고 물었습니다. “200m는 넘을 것 같고 300m는 안 될 것 같은데...”했더니, “그것 밖에 안 돼요?”하고 되물었습니다. 왜 물어볼까 생각할 즈음 할아버지~ 내가 트랙을 달릴 테니, 시간을 한번 재어 주세요.”했습니다. 동영상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는데, 주변이 컴컴해져 달리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신발의 작은 점만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준모가 힘껏 한 바퀴를 달리고 와 허리를 굽혀 숨을 헐떡거렸습니다. “힘들지!”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공부도 잘 하는 손자를 둔 게 자랑스러웠답니다.

 

집으로 가면서 지난 추석 때 과천에서 먹었던 오리 해신탕얘기를 하며 2주 후 가족모임 땐 그걸 먹자고 했더니, 준모가 좋다며 맞장구를 치고는 오늘 저녁엔 뭘 먹을 건지 물었습니다. “아빠가 자장면 얘기를 했다던데...”하니 준모는 족발과 보쌈을 먹고 싶다 했습니다. 그럼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결정하자는 제안을 했더니, 준모가 좋다며 본인이 설문 조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지우와 소민이는 어떻게 놀았는지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2층 컴퓨터 방에 들어가 자기들끼리 논다며 밖에 잘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촌 자매간에 언니인 지우가 잘 이끌고 동생인 소민이가 잘 따르며 사이좋게 놀아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할애비가 2층으로 올라가 누가 예쁜 포즈를 잘 취하는지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둘이 쪼르르 계단에 앉아 저마다 예쁜 자세를 잡았답니다.

저녁은 준모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족발과 보쌈을 주 메뉴로 배달시켰습니다. 준모는 준비해 온 무지개 빛깔 노끈을 이용해 조부모와 실뜨기 놀이를 하고, 지우와 소민이는 가족들 앞에서 과수원 길이란 동요를 불렀습니다. 지우는 초등학생답게 동요를 차분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잘 불렀고, 어린 소민인 긴장한 탓에 가사가 얼른 생각나지 않는 듯했습니다. 준모와 조부모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오늘도 숙제(?)를 하듯 루미큐브게임을 벌였답니다. 핵심 멤버 세 사람이 한 번씩 돌아가며 승리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습니다. 어느새 겨울밤이 깊었고, 손주들은 할머니가 주시는 용돈을 받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소민아! 겨울이 되면 밤이 길어지지만 이웃과 내일을 생각해 늦게까지 놀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너희들의 노래와 장기 자랑을 볼 수 있는 연말 가족모임이 기다려진단다. 추운 날씨에 모두들 건강 조심하거라.

안녕~ 또 만나요. 우리 준모 도련님! 지우 공주님! 소민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