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친손, 외손) 이야기/2022년 손주들(친손, 외손)

연말 가족모임(2022년)

돌샘 2022. 12. 25. 13:27

연말 가족모임(2022)

(2022.12.17.)

연말 스케줄들을 감안해 가족모임을 조금 앞당겨 가지기로 했습니다. 한해를 보내고 나이 먹는 게 즐거운 시기는 아니지만, 손주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은근히 기다려졌답니다. 소민이가 먼저 도착해 자기 선물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습니다. 오빠와 언니가 곧 올 테니 선물을 함께 받으라며 보여 주기만 했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마중을 받으며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가족들 간 인사말을 주고받는 사이, 지우는 본인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소민이에게 물려준다며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소민이는 물론 어른들의 시선도 일시에 한곳으로 집중되었습니다. 화면이 켜지고 음성이 흘러나오는 티니핑 장난감이 단연 인기였는데, 오빠인 준모도 관심을 가졌답니다.

 

크리스마스 겸 연말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손주들이 우르르 내게 몰려왔습니다. 준모와 지우 남매에게는 국어뒤집기라는 책의 전집을, 소민이에게는 킥보드를 선물했습니다. 이런 날엔 할애비의 인기가 급상승한답니다. 집사람은 일 년간 손주들 잘 키우고 여러 모로 고생 많았다며 새아기와 사위에게 금일봉을 전했습니다. 준모네는 아이스크림을 넉넉하게 준비해 와 모두들 맛있게 나누어 먹었고, 소민이네는 간식용 단백질바를 사 왔답니다. 아파트 하늘정원에 눈이 쌓였다고 하자, 준모는 얼른 잠바를 입고 정원에서 눈놀이하자며 동생들을 불렀습니다. 지우와 소민이는 벌써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노느라 오빠의 부름은 뒷전이었답니다.

가을부터 손주들과 수차례 약속한대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요 과수원 길독창회(?)를 열었습니다. 작년부터 준모는 물론이고 지우도 조부모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생각 끝에 손주들이 특정한 날 가족들 앞에서 동요를 부르면 할애비가 용돈을 주기로 했답니다. 준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다소 쑥스럽고 긴장되는 듯했지만 연습한 대로 무난하게 잘 불렀습니다. 지우는 초등학교 1학년생답게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신나게 불러 박수를 받았습니다. 소민이는 네 살배기라 가사를 암송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음정과 박자를 맞추어 깜찍하게 불렀답니다. 동요를 부르도록 권유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듯해 흐뭇했습니다. 내년 어린이날에는 오늘 부른 과수원 길과 다른 동요 하나를 더 부르면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모두들 지난 추석 서울대공원에 놀러갔을 때 먹은 ‘오리 해신탕이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즈음 가족들 구미에 맞는 별미를 먹으러 과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준모는 할애비와 함께 음식점으로 걸어가면서 저녁을 먹은 후에 핫초코를 먹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맏손주가 연말 가족모임에 원하는 후식이니 흔쾌히 승낙했답니다. 음식점에는 오붓한 가족 독방이 마련돼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습니다. 탕을 끓이며 산 문어를 넣어 요리할 때는 손주들 모두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가족 기념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준모가 미리 얘기한 대로 카페에 들렀습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료를 선택했는데, 지우는 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소민이는 지우 언니 곁에 붙어 다니다가 틈만 나면 티니핑 장난감을 만지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네는 카페에서 바로 집으로 가고, 소민이는 할머니집에 두고 간 장갑을 챙기며 놀다가 갔답니다.

자려고 할 즈음 전화벨이 울리며 사위라는 글자가 떴습니다. 잘 도착했다는 인사구나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뜻밖에 할아버지~ 잘 도착했어요.”하는 소민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곁에 있던 어멈 얘기가 소민이가 할머니집에 있을 때 준모와 지우가 잘 도착했다며 전화하는 걸 보고, 자기도 할아버지께 전화하겠다.”고 했답니다. 밤이 늦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큰 목소리로 한참 통화했습니다. 아이들 교육은 역시 말로써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본을 보여야 효과가 좋은 모양입니다. 소민이는 오늘 사촌 오빠와 언니가 조부모에게 전화인사 하는 걸 보고 잘 배웠답니다.

 

준모야! 지우야! 소민아! 연말 가족모임 즐거웠니? 할애비는 너희들이 건강하고 슬기롭게 자라니 흐뭇하기 그지없단다. 보람되고 희망찬 연말연시 즐겁게 맞이하거라.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지우 공주님! 소민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