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상사/어머님

문안 전화

돌샘 2013. 3. 4. 21:38

 

문안 전화

어머님께 드리는 문안 전화

(2013.3.2)

토요일 아침에 어머님께 문안 전화를 올리니 밝고 환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퍼져 나옵니다.

평소에는 주중 오전에 회사에서 근무 중에 시간을 내어 전화를 드렸는데

금주에는 출장과 삼일절이 끼여 있어 주말에야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전에는 집에 계시고 오후에는 외출을 하시기에 오전에 전화를 드려야 통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핸드폰을 가지고 계시지만 집에 두고 외출하실 때가 많기 때문에 오전에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시는 날에는

은근히 걱정이 되어 저녁에 다시 전화를 드려 잘 계시는지 확인을 하게 됩니다.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전화기 보급률이 높지 않았고 시외 장거리 전화의 경우에는 요금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문안 전화를 대신하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에만 전화를 드린 기억이 납니다.

결혼 후 몇 년 지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당시의 일반적인 관념을 깨뜨리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준모 아범이 서너 살 정도 되었을 무렵 모처럼 부산에 있는 처가에 다녀왔는데 상경하는 고속버스가 정체되어

장기간 승차에 피곤도 하고 다른 일을 하느라 잘 도착했다는 안부 전화를 드리지 않은 채 일상으로 돌아갔던 모양입니다.

당시 서울-부산간 고속버스는 정상적일 때 5시간 정도 소요되었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을 때라 6~7시간 걸리는 것은 예사였지요.

그날도 도로가 막히어 도착이 늦어지다 보니 장인어르신과 장모님께서 우리들의 도착전화를 기다리다

답답하시어 우리 집으로 몇 번 전화를 하셔도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걱정을 많이 하셨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른 채 다른 일을 하다가 저녁 늦게 장인어르신이 하신 전화를 받았는데

집에 잘 도착하였다고 연락도 없이 무심하다고 집사람이 크게 야단을 맞은 모양입니다.

어린 외손자까지 동행을 했는데 전화 통화마저 안 되니 걱정을 많이 하시다가

한편으로는 안도를 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괘심한 생각이 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본가와 처가에 다녀올 때는 물론이고 종종 문안 전화를 올리는 것을 일상화하였습니다.

물론 전화는 집사람이 도맡아서 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지요.

집사람이 전화 통화하는 태도나 표현력이 나보다는 나으며 시가에는 아들보다

며느리가 전화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어머님께 문안 전화를 자주 드리게 된 계기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님이 잘 계시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 후의 일입니다.

항상 밝고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시기에 감기나 몸살이 나셨을 경우에는

목소리만 듣고도 금방 알아 챌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어머님께서는 편찮으실 때도 자식이 목소리를 듣고 먼저 알지 못할 경우에는

자식이 걱정할까봐 그냥 잘 있다고 말씀하시는 모양입니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면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면 ‘자식이 문안 전화 드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하고 말씀드리면

‘아니다. 마음이 있어야 전화를 하게 되니라.’라고 말씀하곤 하시지요.

하긴 이 자식도 나이가 오십 중반을 넘기고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제대로 철이 들기 시작하였으니

핸드폰을 품에 안고 다녀도 마음이 없으면 문안 전화를 올리지 못하겠지요.

사람이 사람다운 노릇을 하면서 보람되게 살아가려면 옛 성현들이 남기신 훌륭한 글들을 읽고

사전에 깨우쳐 부모님과 조상님께 제때에 도리를 다해야 하는데 본인이 부모가 되어 여러 가지 일들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나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항상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면서 살아가게 되는 모양입니다.

다음 주에는 주초에 어머님께 문안 전화를 올려야겠습니다.

어머님의 환하고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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