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14년 하늘정원

하늘정원의 겨울나기

돌샘 2014. 12. 13. 11:54

하늘정원의 겨울나기

늦가을 낙엽이 지기 시작할 무렵 가지치기를 하고 화단에는 거름을 주었다.

초화가 크게 자란 화분들은 분갈이를 하고 월동을 위해 실내로 옮겨야 하는 화분은 목욕을 시켰다.

노천에서 월동할 화분들의 보온용 비닐과 갖가지 재료로 구성된 덮개들을 보관용 박스에서 끄집어내어 햇볕에 말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하순경에는 화분들의 실내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추위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12월 초에는 노천용 보온시설도 설치하였다.

부지런한 정원사라면 2~3일에 모두 마칠 일이지만 주말마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몇 주가 걸렸다.

세상일이란 같은 일을 해도 무엇을 언제까지 꼭 마쳐야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면 중노동이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면 신선놀음이 되는 것이 아니던가.

게을러서 꽃을 동사시키는 낭패만 당하지 않으면 즐기며 하는 것이 나의 하늘정원 겨울나기 방법이다.

 

가지치기를 할 때는 내년에 나무의 새싹이 자라 펼쳐질 수형을 마음속에 그려보았고,

분갈이를 할 때는 내년에 필 꽃들을 생각하니 어디서 꽃향기가 묻어나는 듯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들을 벗하며 그들의 도타운 정에 취해 세월 가는 줄 몰랐다면

겨울나기는 내가 그들에게 고마움도 전하고 또한 내년을 기약하며 잘 보살펴주어야 할 시기다.

봄은 지금쯤 어디에 머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가?

겨울의 초입에 서서 벌써 봄을 기다린다.

기다린다고 때아니게 오지는 않겠지만 어느 날 봄은 우리사이에 와있을 것이다.

하늘정원은 그렇게 정과 사랑과 보살핌이 서로 어우러져 추워도 춥지 않은 겨울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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