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2~3세 성장기록

뽀로로 시계 멋있어요

돌샘 2015. 1. 2. 10:06

뽀로로 시계 멋있어요

(2014.12.20)

준모가 아빠에게 졸라서 산 뽀로로 시계를 차고 의기양양하게 할머니 댁에 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손목을 내밀고 할애비에게 자랑을 하더니

현관을 들어와서는 할머니와 고모에게도 뽐내며 시계자랑을 하였습니다.

시계의 뚜껑을 닫았다가 열면 음악소리가 나왔고 그때마다 흡족한 미소를 짓고

급기야는 거실바닥에 엎드려 빙글빙글 돌기까지 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준모가 뽀로로 시계를 사 달라고 했는데 품절이 되어 딴 시계를 사주려고 하였지만 다른 시계는 안한다고 하여

아범이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겨우 찾아 배달을 시켰는데 조금 전에 도착하였던 모양입니다.

본인이 원하던 시계를 긴 기다림 끝에 가지게 되었으니 기쁨도 더 크겠지요.

할머니가 준비한 과자를 주자 하나를 먹고는 주위에 있던 모두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마음씀씀이가 할애비를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놀다가 준모가 갑자기 ‘하부(할아버지) 절할까?’ 하였습니다.

어리둥절했지만 ‘그래, 준모야 절 해 봐라. 우리 준모 절 참 잘하지.’했더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절을 하고는 할애비에게 다가와서는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하나 주었더니 준모가 받아들고는 얌전히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목례를 하였습니다.

‘또 절할까?’하고 묻기에 ‘그래, 또 절하면 좋지.’하고는 절하는 도중 자세를 바로 잡아주었더니

절을 마치자마자 다시 돈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웃으면서 돈을 주었더니

준모가 이번에는 아빠도 오라고 하여 ‘같이 절하자.’고 하였습니다.

같이 절을 하고는 또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며 아빠도 돈을 받으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자기가 받는 것은 물론이고 아빠도 돈을 받으라고 챙기는 언행에 모두들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설이나 추석에 절을 하면 세뱃돈이나 용돈을 주었더니 절을 하면 돈을 받는다고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부! 번개맨 놀이하자.’고 하더니 준모가 ‘번개~’하면서 양손을 돌리다가 ‘파워!’하며

손바닥을 내 쪽으로 쭉~ 내밀었습니다. 나도 준모를 따라 양손을 돌리다가 ‘파워!’하며

손바닥을 내밀었더니 ‘하부! 그거 아니야.’하면서 넘어지라고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번개맨 놀이하는 방법을 대강 짐작하고는 손자와 마주서서 ‘번개~ 파워!’를 빨리 하여

서로 상대를 쓰러뜨리려고 경쟁을 하였지요. 새아기가 퇴근하여 도착한 후에는

숨바꼭질을 하면서 준모가 창문 커튼 뒤에 숨었는데 내가 ‘준모 어디 있나?’하면서 찾는 시늉을 하니

커튼을 젖혀 얼굴을 내밀고는 엄마에게 ‘아버님 준모 어디 있어요? 해야지.’하고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동안 떨어져 있었으니 엄마가 자기를 찾도록 하여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준모의 ‘아버님...’하는 말에 다시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새아기가 나를 부를 때 ‘아버님’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할애비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준모에게 선물할 장난감도 사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하여

외출을 하는데 준모는 잠바를 입으면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뽀로로 시계를 찬 자신의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외출 중에는 조손이 같은 차에 탔는데 ‘할머니와 고모는 어디 있어?’하며 묻기도 하고

할머니가 운전하는 차가 뒤에 보이자 환호하며 손을 열심히 흔들고

다른 차가 끼어들어 보이지 않으면 어디 있는지 계속 확인을 하였습니다.

장난감 가게에서는 여러 가지 장난감을 구경하고 직접 놀이도 해보았는데

특히 공구세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동 드라이브로 나사를 박는 놀이도 즐겼습니다.

사내아이라 그런지 장난감도 남성다운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준모 선물로는 스스로 선택한 자동차 장난감 세트를 사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대기표를 받아들고 밖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준모는 배가 상당히 고픈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빨리 음식을 달라며 재촉을 하고 음식이 나오자 맛있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할애비도 준모도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곳에서 헤어져야했습니다.

 

준모야! 뽀로로 시계를 무척이나 차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꼭 하고 싶은 것은 아빠 엄마에게 잘 말씀드려 뜻을 이루도록 하여라.

할애비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마.

안녕! 우리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