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목욕탕에서 피서했어요

돌샘 2015. 8. 11. 22:18

목욕탕에서 피서했어요

(2015.8.9)

준모가 하늘정원으로 나와 ‘하부! 토마토 있어?’하고 묻기에 ‘그래 방울토마토 많이 열렸지’했더니

두말없이 정원 뒤쪽으로 가서 토마토를 몇 개 따와 대야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정원 앞쪽으로도 가서 화분에 심겨있는 빨간 토마토 몇 개를 골라 따와서 대야에 함께 넣었습니다.

물에 씻어 내가 하나를 먹고는 ‘이거 먹는 거야. 준모도 하나 먹어 봐’했더니 썩 내키지 않는 듯

손으로 쪼개어 반 조각을 입에 넣더니 맛이 없는지 금방 뱉어내었습니다.

양손으로 토마토를 움켜쥐고 거실로 내려와서는 할머니가 차려놓은 과일 상에 올려놓고

할머니와 아빠 엄마에게도 먹어보라며 하나씩 건넸습니다.

준모는 참외만 조금 먹고 포도와 떡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식탁에 놓여있던 애호박을 보더니 ‘멜론이다. 이것 먹자’고 하였습니다.

‘준모야! 저건 멜론이 아니고 호박이야. 다음에 전을 부쳐 먹어야지’하고는

애호박을 다시 쳐다보았더니 정말 외형상 멜론과 많이 닮은 것 같았습니다.

준모가 과일을 먹다가 ‘하부! 슈퍼 가자. 짱구 사게’하였습니다.

모두들 날씨가 덥다며 만류를 하고 할머니는 집에 사놓은 짱구(초코 픽)가 있다며

주겠다고 하였지만 계속 슈퍼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준모의 평소 행동이나 취향으로 미루어봤을 때 꼭 과자가 먹고 싶다기보다는

오고가며 산책도 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염두에 둔 다목적인 것 같았습니다.

 

할애비가 손자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여 아파트 중앙광장으로 나서니

준모는 분수대 옆 조형물에 매달리거나 올라타며 한참을 놀다가 뒷문으로 향했습니다.

뒷문을 나서자 할애비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차가 지나갈 때면 ‘하부! 차 온다. 피해!’하며 알려주었습니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면도로를 걸을 때면 안전을 생각해서 손을 잡고

할애비가 차 다니는 쪽에 서고 준모는 안쪽으로 걷도록 하면

한때는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싶어 손을 잡지 않으려고 뿌리쳐서 애를 태웠는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손을 잡고 할애비 안전까지 살펴주다니...

어느 사이 조손간에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돈독해진 것 같습니다.

슈퍼에서 붉은 색과 파란 색 포장 과자를 하나씩 사들고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준모는 노래 실력을 한껏 뽐내었습니다.

옆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사내용을 들으니 얼핏 TV 애니메이션 프로에 나오는 노래인 듯했습니다.

한 가지 노래가 끝나면 ‘와~ 준모 노래 정말 잘하는구나!’하고 흥을 돋우면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덧 아파트 뒷문을 들어서자 준모가 들고 있던 과자를

할애비에게 맡기며 놀이터에서 놀고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애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다행이 그늘이 져서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타며 땀을 뻘뻘 흘리고 어지간히 놀다가 집으로 향했는데

지우를 안은 집사람과 아범 새아기 일행을 만났습니다.

아범과 새아기는 인사를 하고 외출하였고

조손 네 사람은 중앙광장에서 더 놀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준모 얼굴을 씻기고 욕탕에서 발을 씻겼습니다.

준모가 ‘하부! 뚜껑 있어?’하고 물었습니다.

준모가 욕탕 바닥 배수구 고무마개를 찾는 모양입니다.

배수구를 막고 물을 받아 발을 씻기다 준모의 의도와

할머니의 추천이 겹쳐 물놀이로 발전되었습니다.

손자의 물놀이를 지켜보기 위해 반바지를 입었다가 준모의 권유로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조손의 물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준모는 샤워기로 할애비 얼굴과 벽 그리고 천정에다 물을 뿌려대고

할애비는 손으로 손자 몸에 물을 끼얹으니 화장실에는 온통 물난리가 나고

준모가 소리치고 깔깔대며 웃는 소리는 화장실 환기구를 통하여 온 아파트로 퍼져나갔습니다.

분사기를 물속에 넣어 분수도 만들고 천정에서 떨어지는 비(?)도 맞으며 놀다보니 꽤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준모의 물놀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더위를 식히는 좋은 방편이 되었습니다.

추위가 느껴질 즈음 몸을 닦고 나와서는 비닐 공차기와 블록 놀이로 이어졌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준모의 체력, 정말 대단하였습니다.

오늘 공차기는 바닥에 있는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준모의 지시대로 할애비가 대략 발 높이로 공을 던져주면

날아오는 공을 준모가 직접 발로 차는 방법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다리 힘이 좋아 정통으로 발에 차이면 할애비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와 깜작 놀랄 정도였습니다.

빗맞을 때도 2층 천장높이로 솟아오르곤 했지요.

 

공놀이를 하다가 부엌 쪽 베란다에 가서 블록꾸러미를 들고 나와 블록 피하는 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하부! 블록 쌓아서 내 쪽으로 무너뜨리면 내가 피할게’하면서 노는 방법은 준모가 정해주었습니다.

소파 위에서 깔깔거리며 블록을 피하며 놀다가 갑자기 우는 소리를 내어

깜짝 놀라 ‘왜 그래?’하고 물으니 ‘벽에 부딪혔어!’하였습니다.

인조가죽으로 만든 블록이라 그냥 부딪히면 별로 아프지 않은데 피하려고 날아나다 부딪혔으니

속도에 비례하여 충격이 커 벽에 부딪힌 것으로 생각된 모양입니다.

‘준모야! 소파 뒤 벽에는 부딪히지 않았어. 블록 모서리에 세게 부딪힌 모양이다.’했더니 반신반의 하였습니다.

할머니도 부엌에서 준모 우는 소리를 듣고 놀라 뛰어왔는데

준모의 다음 동작을 보고는 조부모가 웃음을 억지로 참아야했답니다.

준모가 소파 등받이와 블록 그리고 벽에 본인의 머리를 살짝 부딪혀보며 각각 어떤 충격이 오는지 확인을 하였습니다.

자기는 충격이 커서 벽에 부딪힌 것으로 생각했는데 할애비가 블록에 부딪혔다고 하니

머리로 다시 부딪혀 봄으로써 동일한 충격을 주는 물체를 가려내려고 한 모양입니다.

부딪힌 물체를 스스로 밝혀내려는 의도와 방법이 네 살배기 아이로는 정말 엉뚱하기도 하고 기발했기 때문이지요.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당시 준모의 표정과 행동을 상상하며 한참을 웃었답니다.

 

블록을 옆으로 치우고 다시 공차기를 하다가 저녁을 먹고는

소파에 앉아 또봇 애니메이션 프로를 보았습니다.

땀 흘리며 쉴 새 없이 뛰어놀다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쌓인 피곤으로 서서히 졸음이 오나 봅니다.

‘준모야! 졸릴 테니 누워서 보다가 그냥 자거라.’했더니 ‘예’하며 소파에 누웠는데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준모야! 오늘 재미있게 잘 놀았니?

그리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감 잡았니?

할애비는 손자가 부르는 노래도 잘 듣고 물놀이를 하니 재미도 있고 시원해서 좋았단다.

올 더위가 가기 전에 조손이 또 신나는 물놀이 해야지.

준모가 오는 날에는 할애비가 만사를 제쳐두고 기다리마.

안녕~ 우리 도련님!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