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나는 또봇 할게 하부는 악당 해!

돌샘 2015. 8. 19. 22:29

나는 또봇 할게 하부는 악당 해!

(2015.8.14)

오늘은 임시휴일이라 준모가 또봇 새 시계를 차고 할머니 댁에 놀러왔습니다.

공놀이를 시작하면서 공을 자기 가슴 높이로 던지라며 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공을 던져주면 주먹으로 쳐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높이 쳐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공놀이 방법이 오늘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공놀이를 하다가 ‘하부! 옥상 가자’며 앞장서 2층으로 올라가서 방충망을 열고

얼른 밖으로 먼저 나가서는 깔깔대며 할애비는 나오지 못하도록 계속 버턴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준모야! 하부가 나가야 물놀이를 하지’했더니 ‘혼자서도 할 수 있어!’하며 수도꼭지를 틀고

분사기로 방충망 안쪽에 서있는 할애비에게 물벼락을 날리며 통쾌하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준모야! 그러면 안 돼!’하였지만 소용이 없었고 방에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자

그제야 울먹이는 소리를 내며 ‘하부~’하고 불렀습니다.

복도로 나가니 어느새 물바다가 되어있었습니다.

‘준모야! 할머니가 알면 야단맞겠다.’며 수건을 여러 개 가져와 바닥의 물을 닦으니

준모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 모양입니다.

준모도 수건을 들고 물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닦는가 하더니 ‘하부가 닦아. 나는 꽃에 물 줄게.’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분사기로 물을 뿌리는 것이 신나지 닦는 것은 재미가 없는 모양입니다.

화분 몇 개에 물을 주고는 깔깔대며 머리위로 물을 뿌려 자기 옷도 젖도록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하부! 나도 옷 젖었어.’하며 강조를 하였습니다.

할애비와 복도에 물을 뿌린 행동이 큰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긴 물은 닦으면 되고 옷은 말리면 되니 조손이 재미있게 노는 게 우선이지요.

 

방울토마토를 따서 씻고 식탁으로 가져내려와 ‘하부! 같이 먹어’하였습니다.

지난번엔 토마토를 입에 넣어 씹다가 곧 뱉어버렸는데

오늘은 반쪽으로 쪼개어 과즙을 잘 빨아 먹었습니다.

조손이 모두 옷이 젖었으니 옷도 말릴 겸 목욕탕에서 물놀이를 일찌감치 시작했습니다.

샤워기로 여기저기 물을 뿌려대니 휴지며 수건이며 모두 젖었지만

준모는 기분이 좋아 노래도 부르며 신이 났습니다.

조용하던 집안에 웃음소리와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할머니는 조손이 같이 놀면서 자기 일만 만든다고 투덜대었지만

손자가 좋아하며 할아버지와 잘 노는 모습을 보니 내심은 흐뭇한 모양입니다.

물놀이로 온몸이 시원해지자 다시 공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공차기부터 시작하여 손으로 공을 쳐내는 놀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하부! 나는 또봇 할게. 하부는 악당 해!’하였습니다.

준모가 ‘악당’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하부는 뭐 하라고?’ 물었더니 ‘악당 말이야. 악당!’하였습니다.

‘하부! 공 던져’하는 지시(?)를 받고 공을 던져주니 팔등으로 막으며 쳐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또봇이 나쁜 로봇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멋진 장면을 재현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블록놀이를 할 때는 ‘하부! 가운데는 쌓지 말고 비워둬. 내가 두더지처럼 밑으로 파고들게’하였습니다.

또 놀다가 갑자기 ‘출동!’하면서 뛰어갔습니다.

무엇하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더니

‘하부! 출동하고 내가 뛰어가면 하부도 뛰어와야지’하면서 가르쳐주었습니다.

‘두더지’라는 동물이름과 행동 특성, ‘출동’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손자와 놀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행동해야지

딴 데 정신을 팔거나 어벙하게 있다가는 혼(?)나게 생겼답니다.

준모가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며 배웠거나 노리안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고

친구들과 놀면서 터득한 어휘력과 이해력이 일취월장하여

네 살배기라고 얕보다가는 큰코다치게 생겼답니다.

 

할머니가 얼갈이배추를 사러 가게에 간다고 하니

준모도 ‘짱구 사줘!’하면서 같이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현관 쪽으로 나가면서 ‘하부도 같이 가야지!’해서 ‘하부는 지우 봐야한다.’고 했더니

‘하부도 같이 가면 좋은데...’하며 미련을 남긴 채 현관을 나섰습니다.

꽤 시간이 지나 현관문 버턴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하부!’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현관으로 나가니 ‘하부 붕어빵 샀어!’하며 준모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들어왔습니다.

‘하부! 이리와. 같이 먹어.’하면서 식탁 위에 과자봉지를 올려놓았습니다.

붕어빵이라기에 노점에서 파는 빵으로 생각했는데 공장 생산하여 포장된 빵이었습니다.

포장을 뜯어 준모에게 하나 주었더니 ‘하부도 먹어봐. 맛있어.’하며 열심히 먹었습니다.

나도 하나 먹어봤더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준모는 세 개를 연달아 먹으면서 ‘하부도 더 먹어. 맛있어!’하였습니다.

‘준모야! 하부는 하나만 먹으면 돼. 남으면 나중에 더 먹어라.’면서

손자 얼굴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할애비에게 맛있다며 더 먹으라고 권하는 어린 손자가 대견스럽기만 하였기 때문이지요.

할머니로부터 붕어빵을 사게 된 경위를 자초지종 들으니 준모가 정말 좋아하는 과자인가 봅니다.

준모가 평상시처럼 과자 진열대에서 ‘짱구’라는 과자를 찾아 들었는데

나중에 ‘붕어빵’을 발견하고는 ‘붕어빵이다.’며 소리치고 좋아하며 들고 나온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이것저것 다 사면 안 되니 한 가지만 사라’고 하였더니

먼저 들고 나왔던 ‘짱구’를 진열대에 갖다 놓고 ‘붕어빵’은 꼭 사겠다고 가슴에 품었다고 합니다.

준모와 외출할 때는 붕어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준모가 ‘하부! 물놀이 하자.’면서 앞장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떤 물놀이를 하려나 생각하며 따라갔는데 옥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화장실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더울 때는 옥상에서 분사기로 물을 뿌리며 노는 것보다

찬물에 몸을 담구고 노는 것이 시원해서 더 좋은 모양입니다.

욕조에 먼저 들어가더니 ‘하부도 들어와.’하고는 샤워기로 나에게 물을 뿌리며 깔깔대었습니다.

물놀이가 끝나갈 때쯤 할머니를 불러 준모 머리를 감겨주도록 했습니다.

조손이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데 혼자서 잘 먹다가 정감 어린 목소리로 ‘하부~ 밥 먹여 줘!’하였습니다.

‘하부가 밥을 먹여주면 밥을 흘리게 되니 준모가 밥을 먹으면

하부가 반찬을 먹여줄게’하니 ‘예’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준모가 밥을 먹으면 타이밍을 맞추어 반찬을 먹여주니

받아먹을 때마다 머리를 아래위로 까닥거리며 좋아했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지우를 유모차에 태워 조부모와 4명이 중앙광장에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분수대 옆에 여중생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준모의 발길도 그 쪽으로 향했습니다.

바위 의자에 걸터앉아 놀다가 ‘준모야! 노래 한 곡조 불러라’는 권유에 망설이지 않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조부모가 동시에 ‘준모 노래 정말 잘하구나!’면서 박수를 치니

‘누나들은 왜 박수를 안치지?’하였습니다.

‘누나들은 이야기하느라 준모 노래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노래 다시 한 번 불러라.’했더니 다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누나들도 박수를 치니 그제야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느지막이 집에 돌아오니 준모는 졸리는 듯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소파에 눕히고 종아리부위를 문질러 주니 허벅지 쪽을 가리키며 그곳을 만져달라고 하였습니다.

밤이 깊어서야 지우가 있는 안방으로 가서 요 위에 눕더니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손자와 함께한 할애비의 즐겁고도 흐뭇한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습니다.

 

준모야! 오늘 물놀이와 또봇 놀이 재미있었고 붕어빵도 맛있게 잘 먹었니?

오늘은 피곤할 테니 푹 자고 내일은 아빠와 어린이 뮤지컬 재미있게 구경 잘하세요.

할애비는 요즘 네가 사용하는 어휘력이나 행동 발달상태가 예상을 뛰어넘으니 흐뭇하기 그지없구나.

연휴 건강하게 잘 보내고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우리 도련님...

(준모가 목욕탕에서 물놀이하며 신나게 노래하는 동영상을 촬영했지만 도련님의 체통과 관련된 영상이 있어 블로그에 올리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