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손자 인사 받으려다 곤혹을 치른 할애비

돌샘 2015. 10. 11. 15:34

손자 인사 받으려다 곤혹을 치른 할애비

(2015.9.29)

준모가 할머니 집에 오자마자 오늘도 고모를 찾았습니다.

방에 있던 고모 손을 잡고 거실에 나와 놀이를 하려고 하였습니다.

내가 ‘준모야! 하부한테 인사해야지!’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다시 이야기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준모야! 하부한테 인사 안하면

하부는 친구 만나러 밖에 나간다.’고 얼떨결에 비장(?)의 무기를 너무 일찍 꺼내버렸습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 밖에 나간다며 옥상에 올라갔는데

준모가 할머니에게 ‘옥상에 하부 친구 없잖아.’하고 말했답니다.

친구 만나러 간다면서 다시 현관을 나서자

준모가 내게 ‘하부! 지금 장난하는 거지?’하였습니다.

네 살배기 손자가 육십 넘은 할애비의 마음과 행동을 꿰뚫고 있는 듯합니다.

현관을 나와 계단에서 서성이다 집으로 전화를 하여 준모가 인사를 하려는지

물어보라고 했더니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도 겸연쩍어 동네에 있는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학생들이 축구 시합을 하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제법 보냈습니다.

준모가 인사하겠다는 전화는 오지 않고 추석 귀성, 귀경 여독이

덜 풀렸는지 몸이 으슬으슬해져 집으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직전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준모가 ‘하부! 안녕하세요.’하고는

‘하부! 빨리 와. 과자도 사 주세요.’ 등등 속사포와 같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할머니와 고모가 준모에게 인사를 하도록

수차례 설득을 하여 겨우 받아들여진 모양입니다.

준모는 다정다감하고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한번 싫다고 한 것은

잘 하지 않는 고집도 좀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을 해야 하는데

할애비가 비교육적인 방법을 잘못 선택하여 엄청난 곤혹을 치렀답니다.

 

집에 들어오자 준모가 옥상으로 나가 방울토마토를 따서 물에 씻었습니다.

분사기를 본 김에 물을 뿌리며 물장난을 하려고 하였지만

준모가 기침을 자주하며 감기기운이 있어 달래어 거실로 내려왔습니다.

할머니가 사두었던 과자를 주자 할애비에게 먹여달라고 하였습니다. 

퍼즐 놀이를 하였는데 난이도가 높은 퍼즐도 순식간에 잘 맞추었습니다.

‘준모야! 누가 퍼즐을 가르쳐주었기에 준모가 퍼즐을 이렇게 잘 맞추지?’하니

‘아빠가 가르쳐주었어요.’하였습니다.

할애비가 퍼즐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더니 ‘하부! 이렇게 맞추어야 돼.’,

‘이것은 여기에 놓고 이렇게 맞추는 거야.’하며 가르쳐주었습니다.

식탁에 마주앉아 점심을 먹는데 준모는 할머니가 먹여주었지만 반찬은 직접 지정해주었습니다.

특히 준모가 먹도록 요리한 가지나물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땀이 나고 으슬으슬 추워 안방에 누워있고

준모는 고모와 같이 거실에서 놀았습니다.

놀다가 수시로 방에 들어와 할애비가 누워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고모! 하부 약 만들어주자.’고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영양제통을 들고 안방에 들어와 ‘하부! 약 먹어.’하며 뚜껑을 직접 열어주었습니다.

준모는 고모와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퍼즐 놀이를 하며 외출하지 않고 잘 놀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밖에 나가자고 성화일 텐데

기침하니까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자제를 했습니다.

 

할애비가 거실로 나가자 준모가 양팔로 X자를 만들고

양손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따라 하라고 하였습니다.

준모와 같은 모양을 흉내 내었지만 의도하는 형태가 아닌지 일일이 고쳐주었습니다.

블록놀이를 하자며 블록을 거실에 풀어놓고 숫자 맞추기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블록을 여기저기 흩어 놓고 윗면의 숫자가 같은 것을

세 개씩 가져와 나열하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블록 윗면의 숫자와 쌓아올리는 블록의 아랫면의 숫자가 같도록

맞추어 쌓아 올리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준모의 숫자 개념과 블록으로 놀이하는 방법이 어느 사이 한 단계 발전하였습니다.

준모가 쉬지도 않고 하루 종일 놀아 졸음이 쏟아질 때쯤 아범이 도착하였습니다.

졸음이 오니 안아달라고 하여 할애비가 안고 내려가 차에 태웠습니다.

의자에 앉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더니 갑자기 눈을 뜨고

할머니에게 ‘아까 내가 먹던 것 차에 실었어?’하고 물었습니다.

차에 실었다고 하자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체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웃으며 ‘준모가 자지도 않으면서 자는 체 하는구나.’하니

눈을 살짝 뜨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준모야! 오늘 재미있게 잘 놀았니? 

감기 빨리 나아서 다음에는 외출도 하고 신나게 놀자구나.

안녕~ 또 만나요.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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