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고모! 문 닫아 줄래?

돌샘 2015. 12. 9. 23:17

고모! 문 닫아 줄래?

(2015.12.5)

준모가 어린이용 캐리어를 직접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벨을 직접 누를 수 있다고 자랑했는데 까치발을 하니 정말 손이 벨에 닿았습니다.

어느새 많이 자란 모양입니다.

캐리어를 거실에 올려놓고 그림책, 변신 로봇, 카드, 속옷 등을 모두 끄집어내었습니다.

그림책을 고모에게 주면서 읽어달라고 하여 읽어주자

이번에는 준모가 그림책 내용을 고모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하늘정원으로 나가려고 하여 춥다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어 잠바를 입히고 운동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예전에 방울토마토가 열렸던 곳으로 갔지만 아무것도 없자 ‘하부! 토마토 왜 없어?’하고 물어왔습니다.

‘준모야! 겨울이 되면 추워서 토마토 덩굴이 얼어버리니

내년 봄에 따뜻해지면 모종을 다시 심어야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토마토가 없는 아쉬움을 옥상 인조잔디 위에 남아있던 잔설을

신발로 이리저리 문지르며 장난을 치는 것으로 대신하는 듯했습니다.

‘하부! 물놀이 하고 싶다.’고 했지만 수도관과 호스가 동파되지 않도록 분리한 것을 보여주며

‘준모야! 겨울에는 추워서 물이 얼기 때문에 물놀이를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거실에 내려와서 ‘준모야! 비는 어떻게 해서 오지?’하고 물으니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되어서 내리는 거야’하고 대답했습니다.

‘준모야! 그럼 눈은 어떻게 해서 오지?’하고 물으니 ‘추우면 하늘에서 비가 눈이 되어서 내리는 거야’,

‘준모야! 추워서 물이 얼면 무엇이 되지’하고 물으니 ‘얼음이 되는 거야’하고 대답했습니다.

지난번에 ‘하부! 비가 왜 오는 거야?’하고 물어서 가르쳐주었고

오늘은 눈에 대해서 설명해주려고 했는데 이미 배워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네 살배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으로 생각했는데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대견하여 손자의 얼굴을 흐뭇한 마음으로 한참 바라보았답니다.

 

준모가 거실에서 놀다가 식탁부근으로 가더니 코를 킁킁대며

‘아~ 냄새나!’하고 반복하더니 지금 냄새나는 것을 자기도 달라고 하였습니다.

고모가 전자레인지에서 핫도그를 데웠는데 그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준모에게는 가급적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냄새가 발각되었으니...

인스턴트 음식의 냄새에 아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나 봅니다.

한 개를 데워서 잘라주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조금 지나 준모가 하나 더 달라고 하자 할머니가 안 된다고 만류를 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더 부탁을 해도 안 되겠다 여겼는지 할애비를 쳐다보며 하나 더 달라고 하였습니다.

정말 난처한 입장이 되었지요.

할머니는 준모를 자주 만나니 상황에 따라 맺고 끊기가 쉽지만

나는 몇 주에 한 번씩 만나니 손자의 청을 거절하기가 어렵지요.

할머니가 준모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점심 때 먹을 좋아하는 반찬을 보여주자

그제야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준모는 요즘 숨바꼭질 놀이에 다시 재미가 들었는지

거실과 창고, 안방, 고모 방을 넘나들며 한참 놀이에 열중했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는 준모가 직접 국자를 들고

할아버지와 고모 앞에 놓인 국그릇에 어묵을 연신 더 담아주었습니다.

괜찮다고 해도 ‘하부! 고모! 더 먹어’하며 계속 더 담았습니다.

우리 손자 대단한 효손이랍니다...

 

할머니가 자루걸레를 건네주자 준모가 거실바닥과 장식 목재부위를 열심히 닦았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바닥만 닦으면 된다.’고 하니

준모가 ‘내가 다 닦아줄 게.’하면서 여기저기를 밀고 다니면서 잘 닦았습니다.

2층 화장실에서 물이 담긴 페트병을 발견하자

‘하부! 내가 꽃에 물 줄게.’하고는 병을 들고 나와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겨울철 실내 화분에 줄 물을 실온과 같아지도록 페트병에 넣어두었던 것이지요.

올 2월경에 보았을 테니 10개월 정도가 지났음에도

그 용도를 정확하게 기억하고는 화분에 물을 주겠다고 나섰답니다.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는 ‘하부! 방이 달라졌네.’하였습니다.

책꽂이를 하나 들여놓고 의자를 바꾸었는데 금방 알아보았습니다.

관심과 눈썰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준모가 고모 방에서 놀다가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려 하자 할머니가 방 다 닦아놓았는데 더러워진다며 만류하니

‘내가 아까 방 닦았어. 할머니 거짓말 하지 마!’하며 자기가 자루걸레로 방을 닦은 사실을 내세워 모두들 웃었답니다.

고모가 약속이 있어 외출한다니 처음에는 서운해 하였는데 막상 나갈 때는

할애비와 컴퓨터 방에서 놀다가 ‘고모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야지’했더니

고모가 신을 신고 있는 현관을 내려다보며 ‘잘 다녀 와’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마트에 간다고 하니 준모도 따라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목도리와 잠바로 중무장(?)을 시키고 할애비도 함께 외출을 하였습니다.

준모가 가운데 서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양쪽에서 손을 잡고 길을 가다가

들어 올려 달라고 할 때면 힘껏 양팔을 들어 올려주면 깔깔대었는데 어느덧 마트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가 볼일을 보는 동안 준모와 나는 매장을 둘러보며 과자를 골랐습니다.

준모가 아이스크림도 먹겠다고 하여 잠시 망설이다 허락을 했는데 두 개를 사겠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만 사라고 했더니 자기가 하나 먹고 하나는 고모 준다고 하였습니다.

요즘 준모의 고모 사랑이 대단하답니다.

아이스크림을 반쯤 먹고 컴퓨터 방에 올라가 ‘또봇’을 보았는데

할애비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하부! 어디 있어?’하며 계속 찾아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준모야! 이제 컴퓨터 그만 보고 거실에 내려가자’고 했는데

대답이 없어 다가가니 의자에 앉아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안고 내려와 거실에 눕혀 놓으니 곤히 낮잠을 잤습니다.

오늘은 공놀이 등 힘든 놀이는 하지 않았지만 숨바꼭질하며 뛰어다니느라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창문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릴 즈음 외출했던 고모도 돌아왔지만 준모의 낮잠은 계속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낮잠을 너무 많이 자면 집에 가서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고 깨우려했지만

곧 일어날 테니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선잠을 깨어 기분이라도 좋지 않은 날이면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할애비 마음이 불편할 테니까요.

그러다가 잠결에 언뜻 고모를 보고는 눈을 번쩍 뜨고 ‘고모! 왜 일찍 왔어?’하고 물었습니다.

‘준모 보려고 일찍 집에 왔지’했더니 만면에 미소를 지으니 일어났습니다.

저녁을 먹고도 교대로 술래를 하며 숨바꼭질을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준모가 딱풀, 펀처, 이면지 등 문구류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다 들어 와!’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조부모와 고모가 우르르 뒤따라 방으로 들어가 앉으니

‘고모! 문 좀 닫아줄래’하며 공손하고도 의젓한 말투로 부탁을 하여 적이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면지에 풀칠을 하고 펀처로 구멍을 뚫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특히 펀처를 눌리자 종이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 신기한 듯

반복하여 구멍을 내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범이 도착하여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준모는 숨바꼭질을 더 하자고 졸라 몇 번을 더 하였습니다.

준모가 가져온 캐리어에 동화책과 장난감을 넣으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딱풀과 이면지를 집에 가져가겠다고 하여 딱풀은 주고 이면지는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만류를 했습니다.

준모가 펀처를 가리키며 ‘하부! 이것도 가져가도 돼?’하고 물어서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하였지요.

할머니가 발등에 떨어뜨리면 다친다하여

아범이 가벼운 펀처를 사준다는 조건으로 두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돌아갈 준비가 끝난 줄 알았는데 준모는 할 일이 남았던 모양입니다.

2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하부! 이리 와 봐’하였습니다.

따라 올라가니 컴퓨터 방으로 가서는 여러 종류의 포스트잇이 담긴 통을 가리키며

‘하부! 이것 내가 가져가도 돼’하고 물었습니다.

‘그래 준모가 필요하면 가지고 가도 된다.’고 하였더니 미소를 지으며 가지고 내려와 챙겨 넣었습니다.

그런데 또 2층으로 같이 올라가자고 하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올라가니 호치키스를 가리키며 ‘하부! 이것도 내가 가지고 가도 돼?’하고 물었습니다.

손자가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인들 주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가지고 내려오니 할머니와 아범이 잘못하면 다친다며

작은 플라스틱 호치키스를 사주는 조건으로 두고 가기로 하였답니다.

이제야 준모의 용무가 끝난 모양입니다.

준모가 자기 물건을 넣은 캐리어를 직접 끌고 내려가 차에 싣고

조부모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준모야! 오늘 숨바꼭질 재미나게 많이 했니?

한 때는 좋아하다가 한동안 뜸하더니 요즘 다시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어느새 키도 많이 컸고 새로운 지식도 많이 배우고 행동도 의젓해졌구나.

볼 때마다 할애비에게 큰 행복과 흐뭇함을 선물하고 가니 기쁘기 그지없단다.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지우와 함께 행복한 주말 잘 보내고 건강하거라.

안녕~ 우리 도련님!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