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9년 이야기

손주들과 함께한 '소확행'

돌샘 2019. 8. 30. 21:38

손주들과 함께한 '소확행'

(2019.8.25.)

아범이 사돈댁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전하러 오는 편에 준모와 지우도 동행을 했습니다. 준모는 할아버지와 공을 찬다며 축구공을 가져왔고, 지우는 할머니와 책을 읽는다며 가방을 매고 왔습니다. 남매가 조부모를 각자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함께 놀려고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준모는 현관에서 공을 꺼내들고 나더러 놀이터에 가서 공을 차자고 했습니다. 밤이라 어두워서 공차기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축구공까지 준비해 온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할애비 또한 준모의 청을 거절하고 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겠지요... 할머니와 책을 읽는다던 지우도 놀이터에 간다며 나섰지만 아빠와 함께 나중에 오라며 달래었습니다. 준모는 신이 나는 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공을 드리블 하며 중앙광장을 거쳐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조명이 운동을 하기엔 다소 어두운 상태였지만, 준모는 “할아버지! 여기 밝잖아요.”하며 공을 찼습니다. 준모를 밝은 쪽에 서게 했지만 움직이는 공을 조준해 정확하게 차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공차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조손간에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준모야~ 어제 엄마한테 야단맞았다며?”하고 묻자, 잠깐 멈칫하더니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왜 야단맞았지?”, “...” “이야기하기 곤란한 모양이구나.”, “예.” 조금 침묵이 흐른 후에 준모가 “할아버지~ 누구한테서 들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그냥 느낌으로 이야기한 거야.”했지만 “아빠한테 들었어요? 할머니한테 들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잘못 답변하면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우리 준모가 꾸중을 들었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영~ 안 좋았어!”하고 말하자, 준모가 씨익 웃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집에 들어오자 지우는 토끼 머리띠를 하고 식탁에 올라앉아 주스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못 보던 음료수라 뭔가 물어보니 집사람이 “아로니아와 토마토, 요구르트를 넣고 갈아서 만든 주스인데 몸에 좋다고 했더니 잘 먹네요.”했습니다. 지우가 주스 컵을 들어 오빠에게 보이면서 “이것은 건강한 맛이야!”하고 자랑을 했습니다. 오빠가 공 차러 나갈 때는 함께 가지 못해 울려는 것을 아이스콘을 주었더니 먹으며 마음을 돌렸다고 합니다. 준모는 가져온 만화책을 보다가 조부모와 ‘루미큐브’게임을 했고, 지우는 토끼머리띠를 쓰고 재롱을 부리다가 아빠와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더 놀고 싶었지만 밤이 깊었으니 내일은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조부모는 요즘 손주들과 함께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즐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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