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7~8세 성장기록

큰 손주와 함께한 섣달그믐과 설날

돌샘 2020. 2. 1. 16:50

큰 손주와 함께한 섣달그믐과 설날

(2020.1.24.~25)

고향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준모가 타고 오는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사정을 얘기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더니 집사람이 여기로 오면 함께 마산역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역 대합실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기다리다 준모의 모습을 상상하며 플랫폼으로 내려갔습니다. KTX가 정차를 하자 준모가 배낭을 메고 아범과 함께 출구에 줄을 선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차를 한 승객들과 함께 대합실을 거쳐 역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고 거리도 멀지 않아 증조할머니 댁에 걸어가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광장을 벗어날 즈음 좀 전에 만났던 친구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웬 일인가 했더니 우리 큰 손주와 아들 얼굴도 보고 차를 태워주려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예상치 않았던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아파트 앞에 내려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작별을 했습니다. 증조할머니께서 준모와 아범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문안인사를 드리자 준모가 많이 컸고 의젓해졌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준모는 안방에 들어와 배낭에 넣어 온 놀이기구를 꺼내놓으면서 같이 놀자고 했습니다. 태블릿PC를 비롯해 3D 구슬퍼즐, 실뜨기용 색실 그리고 ‘난센스 퀴즈’를 적어왔습니다. 할애비도 손주와 함께 게임을 하려고 ‘포케몬카드’를 챙겨왔습니다. 저녁에는 증조할머니를 모시고 4대가 한자리에 앉아 흐뭇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감기약을 먹었더니 졸려서 안방에 누웠는데, 준모는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할머니께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액자에 있는 증조할아버지 ‘회혼례’ 사진을 보고는 “왜 이런 옷을 입었느냐?”며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다음날인 설날에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중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시다 퇴직하셨고, 퇴임 때 부상으로 받으신 큰 벼루는 준모 몫으로 보관중이다.”고 얘기했더니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준모는 할애비와 밤늦도록 실뜨기와 포케몬카드 놀이 그리고 난센스 퀴즈 맞히기를 했습니다. 준모는 잠자리가 바뀌고 곁에 조부모도 있으니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태블릿PC 게임을 하는 동안 내가 누워있자 할머니와 실뜨기와 포케몬카드 놀이를 했습니다. 섣달그믐날 밤에 일찍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여 몰려오는 졸음을 참고 견디던 옛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자정이 넘자 조손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답니다.

 

준모는 이른 아침에 이웃에 있는 큰할아버지 댁으로 건너가 증조할머님을 시작으로 순서대로 세배를 드렸습니다. 새해 어른들이 하시는 덕담을 듣고 세뱃돈도 받았습니다. 미리 준비해 온 지갑에 세뱃돈을 잘 챙겨 넣었습니다. 제기에 담은 음식을 순서대로 제사상에 진설하고 설날 아침 조상님께 차례를 올렸습니다. 준모도 한자리 차지하고 의젓하게 서 있다가 절할 순서가 되면 깍듯한 자세로 재배를 하였습니다. 조상님께서도 준모가 늠름하게 자라 정중하게 차례를 올리는 모습을 보시고는 흐뭇해하셨을 겁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증조할머니 댁으로 건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직인사를 드리고 열차시간에 맞추어 역으로 나갔습니다. 점심은 좌석에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명절음식과 음료수를 내놓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준모는 태블릿PC를 이용한 놀이와 게임 삼매경에 빠졌답니다. 열차탑승 3시간 중 점심 먹을 때와 약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놀이와 게임에 몰두하였습니다. 할애비는 깜빡 졸다가 일어나니 종착역에 가까웠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지하철을 타고 준모네 동네 역까지 동행하려 했으나, 외갓집에 바로 간다하여 내일 할머니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답니다.

 

준모야! 2년 만에 할애비와 함께 섣달그믐 밤과 설날 아침을 맞이했구나.

의젓하고 늠름한 자세로 세배를 하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감개무량하였단다.

올해도 건강하고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도록 올곧게 잘 자라거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