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소민) 이야기/탄생 100일~1세

할머니 TV 틀어주세요

돌샘 2020. 7. 10. 21:00

할머니 TV 틀어주세요

(2020.7.4.)

소민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거실을 뛰듯이 가로질러 가더니 오디오 위에 있던 작은 공을 잡았습니다. 공을 던져 통~~ 튀는 모양을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함께 놓여있던 팔찌를 손목에 걸고 자랑스러운 듯 팔을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소민이~ 예쁘다!”라고 하자, 미소를 지었습니다. 몸을 굽혀 탁자 유리아래 있는 색종이와 메모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꺼내달라는 모양입니다.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자 하나씩 만져보았습니다. 오늘도 필통이 소민이의 좋은 놀잇감이 되어, 필기구를 꺼내 만지고 놀다가 넣는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노란 메모리 펜뚜껑을 열었다가 닫고, 싸인 펜도 집어 들어 뚜껑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습니다. 스스로 필기구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메모리 펜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입에 넣었습니다. 아빠가 펜을 받아 뚜껑을 닫고 치우자, 잠시 후 다른 펜의 뚜껑을 열어 또 입에 넣었습니다. 아빠가 급히 만류를 하고 필통을 소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습니다. 요즘 소민이가 하던 행동을 제지당하면 자존심(?)이 상하는지 그 행동을 기어코 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할머니가 소민이가 TV를 틀어 달라고 하네~”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소민이가 소파에 놓여있는 TV 리모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앞쪽으로 나아가 다시 TV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소민이가 본인의 의사를 제법 구체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니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어린이 프로 중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 바나나 차차차를 틀어주자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음악이 반복되니 몸을 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한 바퀴 돌며 회전하는 동작도 보여주었습니다. 화면의 춤추는 동작과 음악에 맞추어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인지능력과 기억력 그리고 의사표현과 행동양상이 볼 때마다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소민이의 반응을 떠보려고 안마의자에 앉혔습니다. 안마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소민이가 큰소리를 내며 기급을 했습니다. 예상외의 반응이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대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무서워하고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거실 창가에 조손이 나란히 앉아 예전에 촬영한 동영상을 틀었습니다. 소민이가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는 것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웃으며 창문 커튼 뒤에 살짝 숨었습니다. 할머니와 하던 숨바꼭질 생각이 났나 봅니다. 소민이 얼굴을 가린 커튼을 재빨리 제치며 까꿍~’하고 마주보면 깔깔대며 웃곤 했습니다.

 

소민이를 안고 하늘정원에 나가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바람에 자연환풍기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활짝 핀 족두리꽃(풍접초)을 비롯해 정원 꽃구경도 하고 멀리 높은 건물들도 바라보았습니다. 소민이가 잠이 오는 듯한 표정이라 거실로 내려오자 소파에 엎드리기도 했지만 잠은 자지 않았습니다. 소민이가 옆방에 들어가 동화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동화책 읽어줄게~”했더니, 말을 알아들은 듯 책을 건네주고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야 내가 책을 보며 읽어주지~”하자, 일어서 내 무릎에 올라앉았답니다. 아직 말문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복잡한 내용도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는 듯합니다. 동화책의 그림을 느낀 대로 이야기하자 끝날 때까지 무릎에 가만히 앉아있었답니다. 엄마가 약속이 있다하여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소민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지 조부모에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소민아~ 다음에도 건강하게 만나 즐겁게 놀아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