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소민) 이야기/2~3세 성장기록

이거는 할아버지 보는 거잖아!

돌샘 2021. 12. 18. 11:04

이거는 할아버지 보는 거잖아!”

(2021.12.12.)

소민이가 4주 만에 할머니 집에 왔습니다. 마중 나가면서 혹시 서먹해 하려나 염려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할아버지~” 부르며 스스럼없이 안겨왔습니다. 그런 시기는 벌써 지나갔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현관에서 할머니가 신발을 벗겨주자 할머니, 할아버지 젤리 줄 거야!”하며 자기 핸드백을 들고 와 젤리를 한 봉지씩 나눠 주었습니다.

며칠 전 할머니와 전화통화 중에 젤리를 준다며 약속했다고 합니다. “젤리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다 주고, 너는?”했더니 내 꺼는 여기 있어!”하며 백을 열어 보였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 어멈이 젤리 두 봉지를 줬더니, 할아버지 줄 게 없다고 걱정했답니다. 어멈이 두 봉지 주었잖아~”하니, 한 봉지는 할머니 주고 하나는 자기 먹을 것이라 얘기해, 세 봉지를 주었다고 합니다.

 

소민이 선물로는 어멈이 고른 사운드 북을 전달했습니다. 숫자놀이와 한글놀이, 영어놀이 그리고 동요와 예쁜 말들이 녹음돼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났습니다. 소민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눌려 보며 놀았는데, 잘 모르는 숫자와 영어가 나오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듯했습니다. 어멈이 소민이에게 필요한 걸 가르치려고 선택한 모양인데, 배워서 알게 되면 조부모에게 자랑 많이 하겠지요?

아빠가 스마트 폰으로 동요를 틀어주자 노래에 맞춰 신나게 율동을 했습니다. 부엌에 있던 할머니가 거실로 나와 다시 한 번 더 하도록 부탁하자, 같은 율동을 반복하기 싫은 듯 멋쩍어 했답니다.

 

소민이는 할머니와 아빠가 컴퓨터 작업하는 방에 올라가 자동차를 타며 놀았습니다. ‘곰돌이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 옆방에 있던 곰 인형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소민이가 곰돌이를 받아들고 자동차를 타다가 화분을 왜 방에 두었냐고 물었습니다. 자동차를 타는데 화분 때문에 공간이 좁아져 불편한 모양입니다. 겨울이라 추워서 꽃을 따뜻한 방에 뒀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이해하긴 어렵겠지요.

소민인 컴퓨터를 가지고 놀겠다며 의자에 올라앉았습니다. 할머니가 좀 기다리라며 타이르자, “나 공부할거야!”하며 당장 비켜달라고 했습니다. 다소 의외의 행동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소민이가 양보하여 여태껏 기다려 왔는데, 더 기다리라 하여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했던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중에 할머니가 다가와 손을 만졌습니다. “손이 차!”하고 뿌리치면서, “엄마 손은 따뜻해하며 엄마 손을 잡았습니다. “할머니가 소민이 맛있는 거 해 주시려고 음식을 해서 손이 찬데...”했더니, 할머니가 자기 손을 만지도록 했답니다.

내가 소민이가 볼 TV 프로를 찾는 도중에 잘못해 엉뚱한 화면이 나왔습니다. 소민이가 화면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이거 할아버지가 보는 거잖아!”하며 항의했습니다. 버튼을 잘못 눌렀다고 인정한 후에야, 찾는 화면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답니다. 소민이가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되, 이해가 되면 참을 줄도 아는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까투리라는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고 있을 때, 어멈이 한 편만 더 보고 가자!”고 했습니다. 소민인 더 보고 싶다는 표현을 했지만, 한 편이 끝나자 곧 일어났습니다. 그러더니 주차장에는 걸어서 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업어주겠다며 등을 내밀자 활짝 웃으며 그냥 업혔답니다.

차에 앉아서 조부모에게 안녕히 계세요.”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 잘 가~”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차가 출발할 즈음에 다시 잘 주무세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소민이는 요즘 예상외의 어휘 사용과 말을 적시 적소에 잘해 더욱 귀여움을 받고 있답니다.

(맨 뒤 동영상은 소민이가 자기 집에서 아빠와 대화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젤리를 줄 거라고 얘기하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