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소민) 이야기/3~4세 성장기록

이 저금통 나 할래요~

돌샘 2022. 11. 26. 09:57

저금통 나 할래요~

(2022.11.19.)

외출 중에 소민이네가 집에 도착했는지 궁금했는데, 낮잠을 재운 후 좀 늦게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할애비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을 때 소민이가 활짝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애교를 부리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선물로 받은 책을 펴놓고 한글 스티커 붙이기를 하다가 내게 다가와 할아버지! ‘티니핑보여 주세요~”했습니다. 티니핑이 뭔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는데, 어멈이 유튜브 애니메이션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지난번엔 티니핑퍼즐을 가지고 놀더니 이름이 같은 애니메이션도 있나 봅니다.

 

보고 싶은 프로를 틀어 주자 소민인 할애비 곁에 꼭 붙어 앉아 시선을 화면에 고정했습니다. 저녁 먹을 때가 되었지만 티니핑 시청을 중단하고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일시정지시켜 놓을 테니 밥 먹고 다시 보자~”는 말을 듣고서야 식탁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소민이가 좋아할 백김치와 무나물을 정성껏 준비했는데, 무나물은 맛있게 먹었지만 백김치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후식으로 할머니가 주시는 을 먹고서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벌써 주위가 캄캄해져 안고 서서 멀리 불빛을 가리키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소민이가 문득 할아버지! 내 꽃은 어디 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방에 넣었단다.”하며 화분이 있는 뒷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불을 켜고 네가 가져온 꽃은 저기 있어~”했지만 꽃보다 고깔모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자를 쓰고 장난을 치다가 옆에 있던 돼지저금통을 발견하고는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그건 돈을 넣는 저금통이야!”했더니, “할아버지! 이 저금통 나 할래요~”하며 가슴에 안았답니다. 거실에 내려와 저금통에 동전 넣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소민이가 동전을 넣어 달라며 할머니께 저금통을 내밀자, 동전 지갑을 찾아와 몇 개 넣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저금통에 넣다보니 집에 있던 동전이 동났답니다. 당분간 할머니 집엔 동전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소민이는 거실 오디오 위에 놓인 오리와 부엉이 모형을 한참 쳐다보더니 옆에 있던 기러기 한 쌍까지 모두 꺼내 놓고 놀았습니다. 오리와 부엉이는 몇 년 전 준모와 지우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놀러가 색칠 체험을 했던 작품이지요. 놀이가 지루해지자 다시 티니핑애니메이션을 시청했습니다. 늦게 도착한 까닭에 금방 밤이 깊어 갔습니다. 엄마가 그만 집에 가자고 했지만 소민인 재미있게 보는 듯 대답이 없었습니다. “우리 소민이는 말 참 잘 듣지~”하며 칭찬을 했더니 보던 프로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소민인 집에 도착해서도 저금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어멈이 관련 동영상을 보내 주었습니다.

 

소민아! 오늘은 늦게 도착해 날이 금방 어두워지고 말았구나. 저금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인데 가득 채워 보세요. 필요하면 지폐도 넣고 재활용할 수 있는 저금통을 구해 줄게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