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공주 마곡사

돌샘 2022. 12. 25. 09:59

공주 마곡사(麻谷寺)

(2022.12.6.)

쳇바퀴 돌듯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 눈발이 날리더니, 안성 부근을 지날 즈음 함박눈으로 변해 은근히 걱정되었다. 충청지역으로 접어들자 다행히 눈이 내리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태화산 마곡사를 찾은 지 20년이 훨씬 넘었으니, 옛 기억은 가물거리기만 할 뿐 분명하게 잡히는 것이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내려와 작은 개울을 건너 경내로 들어섰다. 겨울철 평일 오전에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방문객들이 적어 한적했다. 호젓한 겨울 산사의 느낌이 좋았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자 앞에 제법 큰 마곡천이 나왔다. 다리를 건너며 하천을 내려다보니 수면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범종각을 지나 우뚝 솟은 5층 석탑 쪽으로 다가서자 탑 뒤에 대광보전이라는 전각의 현판이 눈에 띄었다. 석탑 모양이 이제껏 보아왔던 탑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안내문을 읽으니 고려 말기에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인데, 머리장식으로 라마탑에 보이는 풍마동(風磨銅) 장식을 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보물 제799)라고 적혀 있었다.

대광보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보물 제802)으로 문에 조각된 독특한 꽃살 무늬가 눈길을 끌었다. 뒤편에 높다랗게 자리 잡은 대웅보전’(보물 제801)은 중층 형태의 건물로 조형미가 돋보였다. 사찰의 본전(本殿)은 일반적으로 하나이지만 이곳은 두 개인 셈이다. 단청 빛깔이 세월의 무게에 희뿌옇게 바래진 대광보전의 고색창연함과 대웅보전의 웅장한 중층 구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내엔 김구 선생이 은거를 기념해 해방 후에 기념식수한 향나무와 백범 명상길이 조성돼 있었다. 조용한 산사를 말없이 걸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사찰 옆 하천에 설치된 ()’에는 폭포처럼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돌아 나오면서 해탈문 옆 영산전매화당’, ‘홍성루에 들렀다. 영산전(보물 제800)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1651)로 판액은 세조가 쓴 글씨라고 전해진다. 마곡사는 유네스코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등재된 7개 사찰 중 한곳이다. 전각 수는 적은 편이나 마곡천을 경계로 남쪽의 수행공간과 북쪽의 교화공간으로 나누어진 점이 독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