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용문사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돌샘 2023. 11. 14. 13:07

용문사(龍門寺)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2023.11.4.)

용문사관광지는 그간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지만 단풍 구경을 위한 방문은 처음이다. 주말치고는 교통이 비교적 원활하다고 생각하며 진입로까지 쭉 달려왔는데, 주차장 진입에만 30분 이상 걸리는 정체가 발생했다. 주말 단풍놀이 인파가 구름같이 모여들자, 입구 음식점들은 모처럼 성시를 이루어 밝은 분위기였다. 용문산 입구 공원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붉은색과 노란색의 다양한 조합으로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용문사로 올라가는 계곡 초입에 우뚝 선 일주문 주변에도 가을색이 깊어 가고 있었다.

계곡을 오르는 숲길 길가에는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방문객을 맞았다. 지난여름 물가에 피서객이 그렇게도 많더니, 오늘은 계곡에 누구 한 사람 얼씬거리지 않았다. 단풍 구경을 나온 상추객(爽秋客)들의 시선은 온통 나무 가지에만 집중되었다. 이윽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자 용문사 사천왕문(四天王門)이 앞을 턱 가로막았다. 방문객들은 서둘러 지붕 너머 언덕에 서 있는 은행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기대와 달리 은행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나목 상태로 묵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노란 단풍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단풍 든 잎새가 낙엽 되지 않고 일주일은 버티기란 결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수령 1,100년에 높이가 42m에 달하는 장엄한 은행나무의 자태를 바라보고 있으니, 단풍에 대한 미련은 곧 사라졌다. 은행나무로 다가서자 아래에 펼쳐 놓은 검은색 시트 위에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있고, 쿰쿰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살펴보니 가지에 누런 은행 열매가 꽤 많이 달렸고, 노란 잎도 간간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 노거수 은행나무가 암나무라는 사실을 여태껏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은행나무의 위엄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 구경을 왔다가 빨갛게 물든 단풍잎만 실컷 보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