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겨울바다(1)로 가는 길(분천역 산타마을, 봉평 신라비, 죽변항)

돌샘 2023. 12. 31. 12:19

겨울바다(1)로 가는 길(분천역 산타마을, 봉평 신라비, 죽변항)

(2023.12.17.)

일상을 벗어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겨울바다를 만나러 길을 떠났다. 중앙고속도로 영주 IC에서 국도 36호선을 갈아타고 한적한 협곡 사이를 달렸다. 울진 대변항으로 가다가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에 잠깐 들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라 행사가 있다고 했지만, 추위가 엄습한 탓인지 방문객들이 많지 않았다. 중무장(?)을 하고 차에서 내렸지만, 얼굴과 사진을 찍느라 장갑을 벗은 오른 손가락부터 엄청 시려 왔다. 혹한 속에서도 놀이기구를 타며 마냥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동심은 엄동설한도 녹일 수 있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예쁘게 몸단장을 한 알파카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혀를 날름거리며 먹이를 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변항 가는 길에 있는 봉평 신라비 전시관을 찾았다. 주변을 몇 번 지나다녔지만 국보로 지정된 신라비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전시관 건물 앞에는 울진지역에 남아 있던 조선시대 지방관들의 공덕을 칭송해 세운 선정비와 불망비를 이전하여 비석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봉평 신라비는 524(신라 법흥왕 11)에 세워졌으나, 1,500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 있다가 1988년 봄에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석비에는 문헌 기록에 없는 각종 율령, 6부와 17관등, 울진 지방의 촌 이름과 지방관명 등이 기록돼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전시관 뒤뜰에는 전국의 유명한 비석 모형을 전시해 놓은 야외 비석공원이 있었다.

죽변항 언저리에 자리한 해안스카이레일승차장으로 향했다. 해안을 따라 곡선으로 길게 이어져, 모노레일 위에서 소형 전동차를 타고 바다 경치를 오붓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성수기엔 한참을 기다려야 할 텐데, 방문객이 적은 계절이라 바로 탈 수 있었다. 오늘따라 물결이 거세게 일어 갯바위와 수중 암초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장관이었다. 넘실거리는 쪽빛 겨울바다와 툭!, ~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치솟아 흩어지는 물보라를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마저 상쾌해졌다. 발아래 해변의 평지에는 아담한 카페, 멀리 언덕 위에는 홀로 우뚝 선 죽변등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탑승을 마친 후 선창가에 들러 수산물 축제를 구경하고 폭풍 속으로드라마 세트장을 찾았다. 세트장엔 예전과 달리 해설 겸 관리를 하는 듯한 분이 계셨고, 하트 모양의 해변과 스카이레일이 빤히 내려다보였다.

숙소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면 멀리 죽변항과 등대가 보이고, 건물 아래에는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바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고 등대 쪽에만 불빛이 깜박였다. 쉬지 않고 들려오는 ! 스르르~’하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분천역 산타마을)

 

 

(봉평 신라비)

 

 

(죽변 해안스카이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