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겨울바다(4)를 떠나던 날(능파대와 백섬 해상전망대, 대진항 해상공원, 화진포)

돌샘 2023. 12. 31. 14:49

겨울바다(4)를 떠나던 날(능파대와 백섬 해상전망대, 대진항 해상공원, 화진포)

(2023.12.20.)

34일간 겨울바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보다 아쉬운 마음이 앞서는 걸 보니 겨울바다 여행이 나름대로 괜찮았나 보다. 설악산의 설경을 뒤로하고 고성 문암항 능파대로 향했다. 능파대 한쪽은 데크 공사 중이었지만, 바위 해안으로 나가 파도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능파(凌波)란 아름다운 미인의 걸음걸이를 형용한 말이란 것을 생각하면서... 추암 촛대바위 일대도 능파대였지! 송지호 해변을 거쳐 백섬 해상전망대에 들렀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었지만, 갯바위와 암초 위에 조성된 해상전망대는 겨울바다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 초도항을 지나서 대진항 해상공원에 이르렀다. 해상공원 입구를 들어서니 방파제 위 자그만 하얀 등대와 언덕 위 높다란 등대가 햇빛에 밝게 빛났다. 해상 철재 데크 끝단에 조성된 전망대에 오르니 해상공원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세찬 바닷바람을 견디기 어려웠다. 마주 보이는 방파제에는 빨간 등대와 콘크리트 안벽에 고래를 비롯한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공원에 설치된 문어 형상의 조형물이 유독 눈길을 끌었는데, 알고 보니 대진지역 특산물이라고 한다.

호숫가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화진포 기념관에 잠시 들렀다. 특별한 볼거리보다는 아름다운 옛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점심때는 박포수 가든에 들러 막국수와 메밀 왕만두를 시켰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옛 추억이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처럼 흐르는 것이 좋았다. 백두대간의 설경을 가까이하며 진부령 고개를 넘었다. 비탈길에 제설작업이 잘 이루어져 큰 위험은 없었으나, 응달져 얼음이 남아 있는 구간에서는 바짝 긴장했다. 진부령을 넘어 미시령에서 나오는 길과 합쳐지는 매바위 인공폭포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예전에 보았던 멋진 인공 빙벽을 기대하였지만, 앙상한 암벽과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만 불어왔다. 이번 겨울 여행은 이렇게 눈 덮인 설악산 고갯길에서 끝을 맺었다.

 

(능파대와 백섬 해상전망대)

 

 

(대진항 해상공원, 매바위 인공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