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2~3세 성장기록

발표를 잘하면 박수를 쳐야지요

돌샘 2015. 1. 30. 21:55

발표를 잘하면 박수를 쳐야지요

(2015.1.25)

아범이 준모를 데리고 오전에 코코몽 놀이시설에 갔다가 오후에 우리 집에 올 예정이었으나

준모가 할아버지 집에 먼저 가자고하여 일정을 변경하였답니다.

할머니가 식사준비를 하여 모두들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준모는 내 손을 잡고

‘하부! 나하고 놀자.’며 먼저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보여주고 달래어 식사를 하는데 ‘하부’하고 같이 먹겠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하고는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니 끈끈한 정은 더 많이 들었겠지만

놀이할 때는 할애비가 자기 의도대로 잘 따라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로봇놀이를 하였는데 장난감 로봇은 두고

여러 종류 로봇의 동작을 흉내 내는 놀이였습니다.

‘번개~ 파워!’로 대표되는 번개맨으로부터 시작하여 ‘파워~ X!, 파워~ Y!’라고 외치는 또봇,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양쪽 눈에 갖다붙이는 배트맨, 파워레인지 등 다양한 동작이 이어졌습니다.

번개맨 놀이를 할 때는 준모가 ‘번개~ 파워!’를 외칠 때 쓰러지는 동작만 잘 하면 되는데

다른 로봇놀이를 할 때는 할애비가 해야 할 역할이나 동작을 잘 모르니

준모가 왼쪽팔의 옷을 걷어 올리게 하고 동작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다가 할애비가 쓰러져서 빨리 일어나지 않으니 옆에 있던 고모에게

‘하부 끌고 가자. 119 불러라.’하고는 양말을 벗기고 발을 잡아끄는데 제법 힘이 세어 끌려갔습니다.

놀이에 열기가 더해지자 소파 쿠션을 이용하여 로봇이 가격을 당했을 때 크게 나둥그러지는 동작도 선보이고

등받이에 올라가서 깔깔대며 소파로 뛰어내리는 동작도 반복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등받이에서 뛰어내릴 때

혹시 실수로 소파 아래로 미끄러지면 잡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았답니다.

준모가 한 단계 더 나아가 할애비도 소파에 올라와 뒤로 크게 나둥그러지는 동작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멈칫거렸지만 호응을 하지 않으면 놀이의 재미가 덜할 것 같아 준모의 공격동작에

벌러덩 나자빠지는 동작을 하니 ‘우하하~’ 하는 통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썰매타기 놀이도 준모가 가르쳐주었습니다.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아서 발뒤꿈치에 힘을 주어 바닥을 눌리고 순간적으로 반동을 주어

엉덩이를 앞쪽으로 당긴 후에 다시 다리를 앞으로 뻗는 동작이었습니다.

준모가 눈썰매장에 다녀온 적은 있지만 실내에서 썰매놀이하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숨바꼭질 놀이는 처음에 고모와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술래를 했는데 준모가 거실 커턴,

안방 등 어디에 숨도록 일일이 지시를 하고 나중에는 모두가 숨고 부엌에서 일하던 할머니더러 찾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지고 놀던 열쇠고리 하나를 들고 창가에 놓여있던 테이블 위에 올라가더니

열쇠고리를 입에 갔다대고는 갑자기 ‘브이(?) 펜은 볼(?) 펜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더니

다음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치켜 올리면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옆에 있던 할애비와 고모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어리둥절해 하였지요.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치켜 올리며 열변을 토하고는 ‘박수를 쳐야지!’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준모가 발표회나 연설하는 흉내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열쇠고리는 마이크 대용인 모양입니다. 당연히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할머니도 가까이 다가와 앉도록 하고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치켜 올리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요란한 박수소리와 할머니가 ‘변! 준! 모!, 변! 준! 모!’하는 연호도 뒤따라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서있는 준모도 열띤 호응에 기분이 좋아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명연설(?)을 계속하였고 박수와 연호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준모가 몇 번을 더 반복하고는 ‘끝났습니다.’ 말하고 고개를 숙여 점잖게 인사를 한 후에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아범이 퇴근하는 어멈 마중을 갔다가 같이 돌아오자 준모 연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전에 그런 행동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었다고 했습니다.

준모에게 연설을 한번 더하도록 부탁을 하자 순순히 응했는데 아빠 엄마도

테이블(연단) 앞 가까이에 와서 앉도록 유도한 후에 명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변! 준! 모!’를 연호하는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외출을 하는데 준모는 서서히 잠이 오는 표정이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자며 격려했지만 역시 잠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뒤돌아보며 할머니와 고모가 탄 차가 뒤에 따라오는지 유심히 살피보고

‘준모야! 자니?’하고 물으면 떴던 눈을 일부러 감고 자는 체 장난을 하더니 서서히 꿈길로 빠져들었습니다.

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뛰논 체력만 해도 정말 대단하지요.

깊은 잠에 빠진 준모는 음식점 의자 2개를 마주보게 하여 눕히고 식사가 끝나갈 때쯤 깨워 저녁을 먹이려고 했습니다.

자면서 뒤척이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눈을 번쩍 뜨고 선잠이 깨었습니다.

계속해서 자고 싶은 모양인데 어른들은 저녁을 먹이려고 하니 심기가 불편한 모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준모에게 작별을 하려는데 준모가 아범에게

볼멘소리로 ‘집에 가서 혼내면 안 돼!’라고 하였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았더니 준모가 식당에서 칭얼거리자 아범이 집에 가서 혼낸다고 하였던 모양입니다.

할애비가 ‘준모야! 아빠가 혼 안 낼 거야. 괜찮아.’했더니 아빠가 직접 혼 안낸다고 지금 이야기하라고 하였습니다.

아범이 우리의 권유로 ‘그래, 혼 안 낼께.’라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준모가 요즘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르면서도 유일하게 겁을 내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준모야! 오늘 할애비는 세 살배기(35개월) 우리 손자의 명연설(?)을 듣고 정말 감동했단다.

관중들이 가까이 다가와 앉도록 배려하는 자세, 우렁찬 목소리, 박력이 넘치는 몸짓,

박수를 유도하는 여유, 연설을 마친 후의 정중한 인사까지 흠잡을 데 없는 행동이구나.

우리 도련님! 또 만나 재미있게 놀아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