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2~3세 성장기록

한복입고 세배 드렸어요

돌샘 2015. 2. 28. 11:50

한복입고 세배 드렸어요

(2015.2.17)

준모가 멋있는 한복을 차려입고 저녁에 아빠 엄마와 함께 할머니 댁에 왔습니다.

이번 설에는 새아기 산월이 가까워 우리내외만 귀향하기로 하였기에 미리 세배를 하러왔습니다.

세배를 바른 자세로 의젓하게 하고 덕담을 건네니 ‘예~’하고 대답도 잘 하였습니다.

세뱃돈을 주니 두 손으로 받고 ‘감사합니다.’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장난을 치며 뛰어놀고 싶으니 한복을 벗겨 달라하고 양말도 벗었습니다.

조손이 마주보고 뛰어다니며 공차기를 하다가 할애비가 미끈하고 미끄러져

뒤쪽으로 꽈당~ 넘어지자 넘어지는 광경을 지켜본 준모의 웃음보가 터져 나왔습니다.

넘어지는 모습을 몇 번이나 흉내 내며 깔깔 웃어대었습니다.

거실에서 놀 때 양말을 신으면 미끄러워 잘 넘어진다면서 손자는 항상 양말을 벗고 놀도록 했는데

할애비는 양말을 신고 놀다가 방심하여 넘어졌으니...

체중이 실린 상태로 엉덩방아를 찧었으니 온몸이 찌릿하고 충격이 왔지만

얼른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놀이를 계속하였습니다.

 

준모가 거실에 깔린 방석을 직접 한 쪽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는데

‘또봇’을 보자며 방석을 가져와 TV 앞에 쭉 배열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아빠는 저기 앉고 엄마는 여기,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나에게도 어디에 앉으라고 자리를 지정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내놓은 방석이 다섯 개라 준모가 앉을 방석이 없었습니다.

‘준모야! 준모가 앉을 방석이 없네.’했더니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빈 방석이 보이지 않자 ‘방석 더 없어?’하고 물었습니다.

방석이 더 없다고 하니 앉아있는 사람들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

할애비더러 맨바닥에 앉도록 하고 자기가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할머니가 방석을 하나 더 내어와 준모에게 건네주니 나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마 준모가 생각하기에 자기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고 군말이 없을 만만한 상대는 할애비라 여기는 모양입니다.

‘또봇’을 틀어주자 바른 자세로 앉아 한편이 끝날 때까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집중하였습니다.

화면에 특별한 동작이나 명령이 나올 때는 앉아서 팔을 휘두르며 흉내를 내고 명령을 따라 외쳤습니다.

 

만삭이 되어가는 새아기가 힘들 것 같아 돌아가도록 짐을 챙기는데 준모가 배가 고프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맵지 않은 떡볶이를 잘게 잘라주었더니 포크로 찍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먹어 갈 무렵 빨간 당근조각 하나가 보였는데 포크로 찍으려 해도 가늘어서 잘 찍히지 않았습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찍히지 않자 준모가 손으로 집어먹었습니다.

옆에 있던 할머니가 ‘준모야! 포크로 먹어야지. 신사가 손으로 먹으면 안 되지.’하며 손을 닦아주니

준모가 말과 몸짓으로 ‘포크로 먹으려고 했는데 찍히지 않아서 부득이 손으로 집어먹었다.’고

할머니에게 항의하듯 설명을 하였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그래, 준모 말이 맞아요.

포크로 찍어먹으려고 했으나 당근이 작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먹었어요.

준모야! 괜찮다.’했더니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모는 요사이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 제지를 당하거나 꾸중을 들으면

잘못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언행에 잘못이 있어 바로 잡아주려고 할 때는 내용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켜 자발적으로 시정하도록 유도해야 되겠습니다.

잘못의 지적보다는 스스로 고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준모는 할머니가 싸주시는 떡볶이를 짐 보따리에, 과자는 주머니에 넣고

흐뭇한 표정으로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올해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거라.

만 세 살이 되는 어린손자가 의젓하게 세배하고 예절까지 차리니 할애비는 흐뭇하기 그지없단다.

설 쇠고 토요일 점심때 또 만나자구나. 안녕~ 우리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