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3~4세 성장기록

낚시는 물고기 잡는 거야

돌샘 2015. 12. 25. 22:30

낚시는 물고기 잡는 거야

(2015.12.20)

오늘은 준모와 지우가 오는 날. 아침부터 온가족이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청소를 마치고는 ‘터닝 메카드’, ‘메가 드레곤’, ‘파이온’같은 준모의 장난감 이름을 읽혔지요.

손자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용어를 알고 있어야 대화를 잘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준모가 뛰어나와 할애비에게 안겼습니다.

안고 현관을 들어서자 “하부! 장난감 어디 있어?”하고 물었습니다.

안방에 두었던 장난감을 전해주자 거실로 가지고 나와 포장지를 뜯고

아빠와 같이 조립하며 배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메가 드레곤’을 자동차 모양으로 조립한 후에 위쪽을 열고 ‘파이온’을 안에 넣어 굴리자

갑자기 괴물모양으로 쫙 펼쳐져 모두들 신기해하였습니다.

어른들의 관심을 끌 정도이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겠지요.

온통 정신을 장난감 조립과 변신에 빼앗겨 평상심을 되찾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모가 사온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상위에 올려놓자 그제야 초를 꽂고 불을 켜 달라고 하였습니다.

촛불을 켜자 준모가 나서서 불어 끄고 할머니가 그릇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준모가 아이스크림이 담긴 그릇을 하나씩 모든 사람에게 날라 주고 마지막엔 자기도 먹었습니다.

활발하고 부지런한 손자의 행동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답니다.

누구를 닮아서 저럴까요?

 

오늘도 숨바꼭질을 재미있어했습니다.

교대로 술래를 하며 안방, 베란다, 창고 등에 숨고 찾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어두운 곳에 혼자 숨고 찾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고모와 짝이 되어 술래도 하고 함께 숨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실에 있던 장난감 상자에 준모가 들어가고

고모가 그 위를 잠바로 덮어 숨겨줘 모두들 웃었지요.

지우가 기침을 하고 감기기운이 있어 일찍 돌아가도록 하였더니

준모는 더 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보통 때는 할머니 집에 더 놀고 싶어해도 아빠, 엄마가 간다면

어쩔 수없이 따라갔는데 오늘은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준모는 아빠가 나중에 데리러오라고 하였으나 안 된다고 하자

할머니가 나중에 데려다주면 안되겠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배고프다고 할머니에게 빨리 밥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아범과 새아기가 집으로 갈 때 고모가 내 구두를 신고 현관 밖으로 배웅 나가자

준모는 자기 운동화가 아닌 고모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현관 안에 들어와 고모가 “준모가 왜 고모 신을 신었지?”하고 물으니

“고모는 왜 하부 신을 신었지?”하고 되물었습니다.

모두 다른 사람의 구두를 신었으니 나무랄 것 없이 피장파장이라는 의미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주차장으로 배웅 나가고 할애비와 고모만 남게 되자

준모가 “배고픈데 할머니가 없어서 어쩌지?”하였습니다.

내가 “우리끼리 맛있는 반찬해서 밥 먹으면 돼지.”했더니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그래, 우리끼리 해 먹자.”고 하였습니다.

의자를 싱크대에 옮겨 달라하여 들어놓으니 그곳에 올라가서

“하부! 내가 계란 요리할게.”하였습니다.

“준모야! 계란 몇 개 요리할 건데?”하니

“하부, 할머니, 고모, 그리고 준모. 모두 네 개!”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집에 들어오자 모든 식사준비는 할머니와 고모에게 맡기고 조손은 숨바꼭질을 하였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재촉했지만 실제 밥은 얼마 먹지 않고 그만 먹겠다며 같이 놀자고 하였습니다.

 

태권도 공격 자세를 여러 가지로 취하고 나서 “하부 내 따라 해!”하고는

외발로 균형 잡는 자세와 엎드려 발목을 뒤로 젖혀서 손으로 발목을 잡는 자세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노리안에서 무용을 하면서 배운 자세인 모양입니다.

요 위에서 조손이 레슬링도 하였지요.

이렇게 조손이 몸을 부대끼며 장난을 치며 놀다보면 정도 더 돈독해지겠지요.

컴퓨터 방에 올라갔을 때는 벽에 걸린 동양화속 노인을 가리키며

“준모야! 그림에 있는 저사람 뭐 하는 거지?”하고 슬쩍 물었는데

“낚시하는 거야!”하고 똑똑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림 귀퉁이의 작은 부분이고 동양화라 물건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아 지나치듯 물어보았는데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낚시가 뭐하는 거지?”하고 물었더니

“낚시는 물고기 잡는 거야. 낚시해서 물고기 잡아!”하고 할애비에게 자신 있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네 살배기 준모의 인지능력과 이해력, 어휘력에

“와~ 준모 정말 잘 아는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답니다.

한참을 놀고 나니 이제 정말 배가 고픈지 밥을 다시 먹겠다며 계란 프라이도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밤참(?)을 먹고 조부모와 고모는 준모가 분부(?)하는 대로 따라하며 밤이 이슥하도록 놀았습니다.

아범이 데리러 와 집으로 돌아갈 때는 현관에서 구둣주걱으로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할애비가 구두 신을 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준모가 샌들이나 운동화를 신을 때 사용하기 시작한지 1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운동화를 신고는 “하부! 이것 내 가져가면 안 돼?”하고 물었습니다.

“준모야! 그것 가져가서 뭐 하게?”하고 물으니 “신발 신을 때 사용할거야!”했습니다.

“준모가 필요하면 가져가야지.”했더니 좋아라하며 들고 현관 밖으로 나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구둣주걱으로 지팡이 짚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증조할머님을 뵈었을 때 지팡이 짚는 모습을 보았다면 꽤 오래되었는데도 생각이 났나봅니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준모가 “하부! 이것 없으면 신 어떻게 신어?”하며 물었습니다.

“그것 없으면 하부가 구두 신을 때 손으로 신으면 된다.”고 했더니

“하부! 손 안 아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준모야! 괜찮다.”고 해도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구두주걱을 들고 차에 올랐습니다.

우리 집에 올 때면 갖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준모야! 하부가 사준 장난감 마음에 들었니?

자고 가면 할애비는 더 좋겠지만 잠자리는 일정한 곳이 좋단다.

편안하게 푹 자고 내일은 친구들 만나 재미나게 잘 놀거라.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주시니까 우리 준모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야.

안녕~ 하부 집에 또 놀러오세요.

내 사랑 우리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