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6년 이야기

가을 가족 나들이

돌샘 2016. 10. 8. 19:57

가을 가족 나들이

(2016.10.1.)

오늘은 용산 가족공원으로 가을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새아기의 제안으로 미리 날짜를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3대가 총출동을 하였습니다.

공원에는 잔디밭과 연못, 어린이 놀이시설과 정자, 벤치, 운동기구 등이 고루 갖추어져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어제 준비해둔 재료로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 싸느라 바빴고

할애비도 가을 소풍을 가는 초등학생마냥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준모네 가족이 먼저 도착하여 놀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는 동안 우리도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이 협소하다 하여 은근히 염려했는데 다행히 공원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짐을 들고 공원을 들어서자 지우가 탄 유모차를 밀고 어디론가 가는 아범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잔디밭도 보아두고 정자도 하나 ‘찜하여’ 새아기가 지키고 있다 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자 부근에 있던 준모가 조부모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힘껏 달려왔습니다.

‘준모야!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하고 외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뛰어와 할애비에게 덥석 안겼습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듬직한 손자를 안아 드니 흐뭇하였지요.

나무 그늘에 설치할 텐트도 준비했지만 개미 같은 벌레를 피하기 위해

정자 마루위에 돗자리를 까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마룻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물건들을 올려놓으니 정자 하나를 전세한 셈이 되었답니다.

 

지우도 기분이 좋은지 돗자리 위에서 우쭐거리며 춤을 추고 신을 신겨주자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준모는 어느새 미끄럼 타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할머니가 지우를 돌보도록하고 미끄럼틀로 가니 준모는 아이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미끄럼을 타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타도록 권유했지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자마자 다시 뛰어 올라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수건으로 준모의 땀을 닦아주고 밥 먹고 다시 놀자며 손을 씻겨 정자로 데려왔습니다.

모두들 둘러앉아 준비해 온 찬합의 음식을 펼쳐놓고 먹으니 가을소풍이 따로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어제부터 준비하더니 김밥과 유부초밥, 지우가 먹기 편하게 만든 작은 주먹밥,

과일들이 차곡차곡 담겨있었고 오뎅국은 보온 통에 담아 따뜻했습니다.

준모는 열심히 노느라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었고

지우는 주먹밥을 한두 개 먹고는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 입에 하나씩 넣어주었습니다.

지우가 잔디밭에서 뛰놀 때 ‘지우야! 공차라.’며 공을 굴려주자 발로 공을 찼습니다.

오빠가 공차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넘어지지 않고 공을 제대로 찼습니다.

지우가 콘크리트 보도 쪽으로 뛰어나갈 때면 넘어질까 봐 손을 잡았지만

뿌리치며 마음껏 달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공원입구 잔디밭에는 야외결혼식이 있어 많은 하객들이 자리를 메웠고

미끄럼틀 주변에는 외국인 가족들이 단체 나들이를 나온 듯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준모는 정자부근에서 잠깐 공차기를 하다가 다시 미끄럼을 타러갔습니다.

미끄럼틀이 제법 높고 한 바퀴 회전하는 구조라 재미나는지 쉬지 않고 반복해서 탔습니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고 수돗가에서 손을 씻겨주니

물을 콸콸 틀어놓고 옷 젖는 줄 모른 채 물장난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지우도 수돗가에서 손을 씻겨주자 물을 계속 틀어 달라며 물장난을 하였습니다.

남매의 물장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준모는 내가 지우에게 신을 신겨주는 모습을 보고는 ‘하부! 나도 신 신겨줘.’하였고,

나중에 지우를 유모차에 태워 밀어주는 광경을 보고는 자기도 유모차에 탈 테니 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평소 의젓하게 행동하다가도 한번 씩 할애비에게 어리광을 부르고 싶은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정자를 지키고 모두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엔 성인들의 운동기구와 함께 아이들 놀이기구도 있었습니다.

러닝머신을 변형한 롤러기구와 온몸을 롤러에 굴려 굴곡진 장애물을 통과하는 놀이기구가

준모의 호기심을 끄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처음 보는 놀이기구라 초등학생 두 명이 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을 한동안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준모가 놀이기구에 올라섰을 때는 손잡이를 꼭 잡도록 조언하였으나

금방 놀이방법과 요령을 터득하여 신나게 잘 놀았습니다.

또래 아이의 보호자는 준모가 놀이를 야무지게 잘하니 부러운지 몇 살이냐고 물어왔답니다.

정자에 돌아와서는 ‘준모야! 캐치볼 하자.’고 하였더니

씩~ 웃으며 ‘캐치볼 어떻게 하는데?’하며 능청을 부렸습니다.

캐치볼을 시작할 때는 해본지 오래되어 공 던지는 방향이 중구난방이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오늘은 공놀이보다 처음 본 놀이기구가 마음에 드는지

다시 롤러기구와 장애물 놀이기구를 타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지우를 유모차에 태워 숲속을 걸을 때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지우야!’하고 부르면 깔깔대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를 유모차에 태워 밀어줄 때는 내리막길에 이르자

‘하부! 뛰어. 빨리 뛰어 내려가.’하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는 스릴을 즐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세 시간가량 쉼 없이 뛰놀았으니 준모와 지우 모두 피곤한 기색이 보입니다.

즐거운 놀이도 과로하면 좋지 않으니 아쉬움 속에 짐을 챙기기로 하였습니다.

손자와 손녀가 보여주는 특유의 작별인사를 받고 손을 흔들어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즐거운 3대에 걸친 가을 가족나들이였습니다.

손주들이 집에서 놀 때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껏 뛰놀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오늘 신나게 잘 놀았니?

가을엔 마음껏 뛰놀며 체력을 길러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여라.

자연과 어우러져 놀면 몸도 튼튼해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감성도 키우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게다.

할애비도 너희들과 놀 때면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친구도 되며,

어리광을 부릴 때는 응석받이도 되어야 하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구나.

올가을엔 몸도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세요.

안녕~ 또 만나요. 준모 도련님! 지우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