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6년 이야기

외갓집에서 고구마를 캤어요

돌샘 2016. 11. 3. 11:38

외갓집에서 고구마를 캤어요(새아기가 전한 이야기)

(2016.10.22)

오늘은 준모가 외갓집 밭에서 고구마를 캐러 나들이 하는 날입니다.

지우도 함께 갔지만 오빠와 장난을 치며 고구마를 캐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지요.

준모 나이에 고구마를 캐내는 등 수확하는 경험은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자연과 동화되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자라면서 씨 뿌리고 노력하여 가꾸고 기쁜 마음으로 수확하는 이치를 터득해 갈 수도 있겠지요.

요즘 현대인들이 마음의 치유를 위하여 들로 산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유익할 것 같습니다.

새아기가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준모가 호미를 들고

고구마를 캐는 장면은 꽤 짜임새가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야무지게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를 캐는데

나중에 힘드니 밭에 퍼질러 앉은 모습도 보입니다.

동영상에서는 큰 고구마를 힘주어 뽑아내고는 아빠에게 ‘와~ 우와~ 엄청나다’,

‘이건 고구마가 아니라 무 같은데’라고 이야기를 할 때는

제법 큰 아이 같이 의젓한 말투와 모습을 보입니다.

 

오후에는 사돈께서 보내주신 고구마와 각종 채소와 과일을 전하러 준모네 가족이 우리 집에 왔습니다.

준모는 인사를 하고 컴퓨터 방으로 올라가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혼자서 심심할 것 같아 할애비가 뒤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 힐끗 돌아보고는 하던 일에 열중했습니다.

감기기운에 코가 막히는지 코를 후비기에 ‘준모야! 코를 후비지 말고 코를 풀어야지.’했더니

뒤를 돌아보며 ‘하부는 저리 내려가!’하며 쫓아내었습니다.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니 쓸데없는 관습을 싫어합니다.

준모가 배가 고픈지 밥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녁때가 어중간하여 지금 빵을 먹고 나중에 밥 먹으라며

할머니가 빵과 주스를 갖다 주었지만 손도 대지 않고 밥을 원했습니다.

준모가 할애비와 마주앉아 밥을 먹다가 찜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머리카락이다.’하며 머리카락을 집어내더니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지 않아서 그렇잖아.’하고 점잖게 일침을 가했답니다.

지우는 할애비에게 안기기도 하고 곁에 앉아 본인이 나오는 스마트 폰 동영상을 즐겨보았습니다.

안마기에 올라가 스위치를 켜도록 하고 안마를 즐기는 자세도 취했습니다.

TV를 직접 켜기에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니 한참을 집중하여 쳐다보았습니다.

고모와 이곳저곳 다니며 고깔모자도 쓰보고 책장의 책도 끄집어내 들고 잘 놀았습니다.

준모가 할애비와 비닐공차기 놀이를 한바탕 즐긴 후에

모두들 피곤할 테니 얼른 집에 가서 쉬도록 하였습니다.

(사진은 우연히도 고구마 캐는 장면에는 준모만 나오고 할머니 집에서는 지우 사진만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