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5~6세 성장기록

할아버지 내 방에서 놀아요

돌샘 2018. 1. 5. 23:24
할아버지 내 방에서 놀아요

(2018.1.1.)

연말인 어제는 손주들과 전화 통화도 하고 노래 선물도 받으며 기쁜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오전엔 새아기가 전화를 했는데 감기증상이 있어 가족이 병원에 갔더니

지우의 감기가 심해 준모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는 모양입니다.

전염 예방차원에서 준모는 할머니 집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지우가 아픈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준모와 함께 새해 첫날을 보내게 된 것이 싫지 않았습니다.

준모는 지난번에 산 장난감 ‘아쿠아비즈’를 가져와 설명서를 가위로 정성껏 오렸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스마트 폰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켜고 소파에 엎드려 큰소리로 웃어가며 보았습니다.

조부모는 켜는 방법도 모르는데...

장시간 스마트 폰 보는 것을 만류하자 ‘포켓 몬 카드’를 가져와 게임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카드놀이를 하면서 조손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준모의 대화가 보통수준을 넘었습니다.

때로는 재치와 부탁을, 때로는 농담을 섞어가며 할애비와의 대화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씩~ 웃으며 ‘할아버지! 아이템은 4장 들었지요? 그리고 50번 카드는 3장 들었지요? 맞지요!’하며

내가 잡은 패 내용을 알아맞히는가 하면, ‘할아버지! 140번 카드 들었지요? 내 다른 카드와 바꾸어줘요~’하거나

‘할아버지! 아이템이 6장 들었지요? 내 카드 2장과 바꾸어요. 할아버지는 잘하잖아요~’하며

농담도 슬슬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할아버지! 놀이터에 나가 놀아요.’해서 ‘추워서 감기 걸리는데 어쩌지?’하자

‘할아버지! 그러면 우리 공차기해요.’하기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면 아랫집에서 싫어할 텐데’하니

‘할아버지가 나에게 공을 던지면 내가 피하는 놀이해요. 그러면, 소리가 안 나잖아요.’하였습니다.

준모가 피구 놀이를 약간 변화시킨 공놀이로 내가 소파 위에 있는 준모에게 공을 던지면

몸을 날려 피하면서 갖가지 묘기를 부리거나 공을 손으로 잡는 놀이입니다.

내가 공을 준모 쪽으로 던지자 준모가 몸을 좌우로 움직이거나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하면서 웃음보도 함께 터졌습니다.

 

준모가 뜬금없이 ‘할아버지! 내 방에 들어가서 놀아요.’하였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했는데, 고모가 시집가면 그 방을 자기가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정사실화하여 자기가 방주인이란 것을 넌지시 표현한 모양입니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 손자가 할애비에게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천연스럽게 하였습니다.

‘그래! 이 방은 준모 방이지. 준모 방에서 뭐하고 놀까?’하며 따라 들어갔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자기 장난감을 한번 쳐다보더니 책꽂이에 있는 종이상자를 내려 안에 든 물건들을 꺼내었습니다.

‘준모야! 방은 준모 방이지만 그것은 고모 것인데 함부로 만지면 안 되지.’했더니

바로 제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정말 많이 컸습니다.

이제 준모는 대부분의 일들을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준모가 의자에 앉아 책상 위 빈 종이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 생각나지 않는 글자가 있으면 할애비에게 써 달라하여 옮겨 적었습니다.

‘우와~ 우리 준모 이제 글자를 많이 아는구나!’하며 칭찬을 해주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고생스럽겠지만 이왕 하려고 마음먹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준모가 오늘은 큰소리를 내며 떠들썩하게 놀기보다는

조용히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때로는 눕기도 하여 왜 그러는지 자꾸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행동인데 평소 너무 활동적으로 놀아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저녁식사는 준모의 요청에 따라 할머니가 김밥을 만들어 주 메뉴로 하였습니다.

준모가 김밥을 만들고 남은 계란을 보고는 할머니가 듣도록 넌지시 ‘계란 남은 것은 뭐하지?’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웃으며 ‘준모야! 계란 먹을래?’했더니 씩~ 웃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말할 것도 없이 그냥 먹었는데 이제는 물어보고 먹는다며 할머니가 흐뭇해하였습니다.

점심때 떡만두국에도 계란을 많이 얹어 달라 하더니 준모의 계란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오리구이를 김에 싸주자 맛있게 받아먹고 흰밥을 달라하여 장조림과 메추리알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준모가 내일 아침에는 유치원에 가야하므로 저녁식사를 하고 졸릴 즈음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였습니다.

준모가 ‘할아버지! 엄마가 날 데리러 오실 거에요?’하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데려다 줄 거야. 지금 집에 갈래?’했더니 ‘카드놀이를 한번,

아니 세 번, 아니 다섯 번 하고 갈게요.’하며 횟수를 점점 늘여갔습니다.

‘그럼 세 번만 하자.’고 절충하여 합의를 했습니다.

게임이 끝나자 할머니가 ‘준모야! 집에 가게 양말 신어라.’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갑자기 ‘양말 신겨줘~’하며 누워서 할머니에게 발을 내밀었습니다.

지금까지 의젓하게 행동하던 태도를 바꾸어 살짝 웃으며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우리 준모! 혼자서도 양말 잘 신을 수 있지만 할머니가 신겨주면 더 좋은 모양이지.’하자 웃으며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옷을 다 입고는 필통을 쳐다보며 ‘할아버지 물건을 하나 가져가야 하는데 음~ 무얼 가져갈까?’하였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기보다는 할애비와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새해 첫날 손자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만남은 의젓하고 듬직한 언행으로 시작하여 귀여운 어리광으로 끝을 맺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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