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5~6세 성장기록

즐거운 번개 만남

돌샘 2018. 2. 9. 22:26
즐거운 번개 만남

(2018.2.5.)

아범이 퇴근 후에 새아기와 함께 장시간 외출할 일이 생겨 그 동안 손주들은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갑자기 만나는 번개모임과 같은 조손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답니다.

준모는 할머니와 통화할 때 계란과 통닭이 먹고 싶다 하였고, 지우는 영상통화를 하듯 애교를 부렸답니다.

준모와 지우는 아빠 엄마가 데려다주고 외출을 하자, 식탁에 앉아 사전에 주문한(?) 저녁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준모는 비닐장갑을 달라하여 양손에 끼고 통닭을 뜯어 맛있게 먹는데 지우는 장난을 치며 식사할 생각이 없는 듯했습니다.

지우는 평소에도 밥보다 군것질을 좋아하기에 할머니가 달래가며 통닭과 밥을 김에 싸서 먹였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준모는 할애비와 놀이를 하고 지우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준모는 ‘장사놀이’할 물건들을 준비해 왔다며 나의 도움을 청하고 상품을 진열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협의하여 물건 종류별 가격을 정하고 장사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조손이 한 때는 장사놀이를 즐겨했지만 하지 않은지 상당히 되었나 봅니다.

내가 물건을 여러 개 고르면, 준모가 전체 값을 암산으로 계산하여 영수증을 작성해주고 돈을 받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내가 지불하는 물건 값은 손자에게 용돈을 주는 셈이 되는 한편,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큰 숫자에 대한 암산능력과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요.

오랜만에 놀이를 해보니 한글과 숫자를 쓰는 능력은 그 동안 크게 향상되었고

큰 숫자(천~만 단위)를 암산하는 능력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예전에 장사놀이를 한 이후에는 암산능력을 향상시킬만한 계기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우는 안방 할머니 앞에서 재롱도 부리고 스마트 폰으로 애니메이션도 보며 놀았습니다.

준모가 막간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려고 하자 지우가 싫다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보살펴 주고 지우는 잘 따르다가 간혹 의견다툼이 발생하는데,

오빠에게 지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운 면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우도 이젠 ‘애기’의 수준을 벗어나 나름대로 사리를 판단하는 어엿한 어린이가 된 모양입니다.

 

준모의 제안으로 조손이 ‘포켓 몬 카드’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준모가 가져온 카드 일부를 추가하고 불필요한 것은 빼내 새롭게 구성하여 종전 방법대로 게임을 하였습니다.

카드 수가 많이 늘어났으니 게임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몇 판이 진행되자 준모가 ‘할아버지! 우리 다른 방법으로 카드놀이 해요.’하였습니다.

‘카드놀이 다른 방법 아는 것 있니? 누구한테 배웠는데?’하자

‘고모부 있잖아요. 고모하고 같이 사는 고모부. 그 고모부한테서 배웠어요.’했습니다.

준모의 ‘고모부’에 대한 설명이 독특해서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가 웃음을 지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고모부를 삼촌이라 불렀으니 설명이 길어진 모양입니다).

‘준모가 고모부한테 다른 게임방법 배우는 것 못 봤는데.’했더니

‘저번에 배웠어요. 한번 해보면 알잖아요!’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단 게임을 해보면 새로운 게임방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쉽게 판명되겠지요.

‘그래, 해보자. 준모야! 게임을 어떻게 하는데?’했더니

‘할아버지가 카드를 한 장 내고 나도 한 장 내어 숫자를 서로 비교하여 지는 사람이 다 가져가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해서 가진 카드가 완전히 없어진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하였습니다.

‘우선 할아버지가 한 장 내봐요. 나도 이렇게 한 장 내요. 내가 이겼지요.

그럼, 할아버지가 이것 두 장을 다 가져가서 이렇게 카드 밑에 넣어요.’하였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준모가 게임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의구심을 가졌던 할애비가 민망했습니다).

각자 30장 씩 비교적 많은 카드를 가지고 새로운 게임을 진행하자

엎치락뒤치락하며 쉽게 승패가 결정 나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 준모가 이긴 것으로 결판나자 일어서서 몸을 흔들며 ‘앗싸~’하며 기세등등하였습니다.

 

지우는 졸음이 오는 것 같아 할머니가 안방에서 재우려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잠을 자기엔 장소가 낯설고 아빠 엄마도 없으니 그런 모양입니다.

할아버지와 같이 잔다며 안방에서 거실로 나왔습니다.

‘지우야! 할아버지하고 같이 자자.’며 먼저 눕자 지우가 내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자려나 생각했는데 ‘히히~’ 웃으며 뜻밖의 행동을 했습니다.

누워있는 내 곁에 앉더니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자장자장 할아버지~, 자장자장 할아버지 아기~’하며 나를 재우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지우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우스웠던지 깔깔웃었습니다.

하는 행동이 하도 귀여워 엉덩이를 톡톡 쳤더니 ‘할아버지가 내 엉덩이를 때렸어!’하며 웃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에 애기인형을 업고 있는 모습이 있었는데 애기 재우는 방법도 알고 있나봅니다.

할머니도 안방에서 나와 ‘지우야! 지우 몇 살이지?’하자 ‘네 살!’이라 하고

‘오빠는 몇 살이지?’하고 묻자 ‘오빠는 일곱 살이야!’하고 야무지게 대답했습니다.

조부모 앞에서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는 무용동작을 선보여, 잘한다고 칭찬을 하자 흡족해하였습니다.

삼월 하순이면 만 세 살이 되는데 기억력이 제법이고 숫자개념도 잡혀가며 애교는 탁월한 것 같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남매 모두 졸리는 표정이지만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어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아빠 엄마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준모는 장사놀이 하느라 펼쳐놓았던 학용품과 여러 가지 물건들을 챙겨 가방에 넣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아범과 새아기가 도착했고 내일을 생각해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지우는 ‘뽀뽀!’하더니 할애비와 할머니 뺨에 번갈아가며 입을 맞추고

오빠와 함께 ‘안녕~’하며 하직인사를 하였습니다.

손주들과 예기치 않았던 즐거운 번개 만남을 하고 헤어진 셈입니다.

추운 겨울밤 손주들이 남기고 간 따뜻한 정으로 온 집안에 온기가 돌고 눈앞엔 귀여운 모습이 자꾸만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