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준모) 이야기/5~6세 성장기록

준모의 증조할머니 댁 방문

돌샘 2018. 2. 23. 21:58
준모의 증조할머니 댁 방문

(2018.2.15.)

준모가 설을 맞아 아빠와 함께 마산에 계시는 증조할머니 댁을 방문합니다.

우리 내외는 차례를 지낼 준비를 하느라 어제 귀성을 하였답니다.

준모가 탄 열차가 도착할 시간은 아직 멀었지만 손자 생각에

마음이 설레어 일찌감치 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준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열차가 굉음을 내며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준모를 발견하고 ‘준모야~’하며 큰소리로 부르자

준모도 조부모 얼굴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달려와 와락 안겼습니다.

준모를 안아 들어 올리니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 대합실로 들어서자 준모는 신이 난 듯 캐리어 가방을 밀며 빙그르 크게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날씨가 포근해 걸어서 증조할머니 댁으로 가면서 개울가 데크에 이르자

준모가 무릎을 앞으로 내밀며 깡충깡충 신나게 뛰었습니다.

할애비도 덩달아 신이 나서 손자처럼 깡충깡충 뛰며 뒤따랐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증조할머님께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아빠와 함께 절을 하며 문안인사를 드렸습니다.

증조할머니가 기뻐하며 좋아하시자 준모도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준모가 증조할머니를 2년 만에 뵙지만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며 스스럼없이 행동했습니다.

저녁 식사 때 이웃에 사는 큰할아버지 내외가 오시자 인사를 하고 대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어른들은 생선회를 먹었지만 준모는 계란과 익힌 생선 그리고 전 종류를 먹었습니다.

할머니가 생선뼈를 발라 주었지만 준모가 먹으면서 작은 뼈 몇 개를 골라내었습니다.

뼈에 걸리는 않도록 ‘준모야! 생선뼈를 골라내면 할머니한테 벌금 받아라.’고 했더니

할머니도 더욱 조심했지만 준모도 ‘벌금’을 받기 위해 철저히 뼈를 골랐습니다.

준모는 어른들이 맛있게 생선회를 먹는 광경을 보고 먹고 싶어 했지만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까봐 만류를 했습니다.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할애비가 손자에게 맛있는 회를 사주어야겠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준모의 요청으로 조손이 마주보고 앉아 ‘포켓 몬 카드’놀이를 했습니다.

섣달그믐날 밤에는 옛 풍습 따라 일찍 잠자지 않고 손자와 놀기 위해 카드를 미리 준비했지요.

준모도 조립용 재료를 준비해 와 짐승과 새, 식물 등을 정성껏 조립했습니다.

아빠의 도움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어려운 모양의 동물도 잘 조립했습니다.

증조할머니께서 준모의 조립품을 보시고는 참 잘했다며 칭찬하시고 기린과 얼룩말은 두고 가면

그걸 보며 증손자 생각하시겠다고 하여 텔레비전 밑에 진열해 드렸답니다.

밤이 꽤 깊었는데도 4대가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섣달그믐날 밤에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하여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으려고 힘썼던 옛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준모가 ‘할아버지! 전에 할아버지 집에서 늦게 까지 놀았던 날,

할아버지는 다음 날 피곤하지 않았어요?’하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도 피곤했지. 준모도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며?’하고 물으니

웃으며 ‘예! 많이 피곤했어요.’하였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증조할머니께서 준모가 다 큰 애처럼 이야기를 잘한다며 칭찬해주셨습니다.

 

12시가 넘어서자 서서히 얼굴에 잠이 오는 표정이 묻어났습니다.

어른들은 잠자리를 미리 정해졌지만 준모는 미정이라 ‘준모야! 준모는 아빠나 할머니 옆에서

편안하게 자라.’고 했더니 ‘난 할아버지하고 잘래요.’하였습니다.

그 말이 무척 흐뭇했지만 준모의 잠자리가 불편할까봐 아빠나 할머니와 같이 자도록 재차 권했습니다.

그러나 준모가 할아버지와 같이 자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요 위에 베개를 두 개 놓고 나란히 누웠는데 준모가 곧 베개를 밀어내고 내 팔을 당겨서 베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준모야! 자자~ 내일 아침에는 세배해야지.’했더니 ‘예!’하고는 ‘히히~’하며 웃었습니다.

준모는 내일 아침에 여러분들에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팔베개를 한 상태에서 머리를 돌려 내 가슴에 얼굴을 묻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해졌습니다.

할애비 팔을 베고 안겨서 곤히 잠이 든 모양입니다.

단잠이 깨지 않도록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좋은 꿈 꾸기를 바랐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손자를 안고 누웠으니 가슴은 행복으로 가득하고 시간은 멈춘 듯했습니다.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

할애비도 손자 따라 꿈나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