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8)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

돌샘 2018. 11. 2. 22:35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

(2018.10.27.)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지만 교통체증과 숙소문제로 설악산 단풍구경은 언감생심이다. 차선책으로 전철을 타고 춘천에 가서 호숫가 단풍 경치를 구경하기로 했다. 집에서 상봉역으로 가는데 50분 정도, 상봉에서 남춘천까지 다시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경춘국도로 춘천에 가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차가 남춘천 가까이 갔을 때 점심시간이 되었고 웬 아주머니가 춘천닭갈비 선전에 열을 올렸다. 전동차에 앉아 있던 많은 승객들이 전단지를 받았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열성적으로 선전한 음식점에 들러 푸짐한 식사를 하고 공지천에 갈 요량으로 고가철교 밑을 걸었다. 철교 밑에는 ‘춘천풍물시장’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오늘따라 춘천 재래시장 장날이었다. 과일, 채소, 한약재, 해산물 노점은 물론이고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점도 성황을 이루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구경을 했는데 집사람은 도토리묵, 나는 모과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지금은 살 수가 없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장이 파하지 않고 장사 중이면 사가기로 했다. 어디선가 흥겨운 농악소리가 들려왔다. 농악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니 ‘영동, 영서 전통농악 한마당 큰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각 지역의 농악 공연과 신나는 ‘난타’ 공연도 덤으로 구경했다.

 

단풍이 짙게 물들어 낙엽이 지고 있는 공지천변 조각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을 구경했다. 조각품의 제목과 설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이해와 감상엔 어려움이 따랐다. 공원이 끝나가는 도로 부근에는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탑이 우뚝 서있었다. 도로건너편 독특한 모양의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둑방 쪽으로 걸으니 자전거 길을 따라 심어진 가로수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하천변 풍차 모양의 장식을 한 음식점과 카페, 사람 없는 보트장도 가을빛을 머금고 있었다. 공지천교를 건너 의암공원 진입로를 들어서니 가을이 더욱 무르익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단풍잎과 땅위를 구르는 낙엽에 지난여름의 사연이 적혀있을 것 같았다. 낙엽이 지니 해도 많이 짧아지고 이 해도 곧 저물어 갈 모양이다. 조각공원 맞은편 물가 비탈면에는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고즈넉한 산책길로 안성맞춤이었다. 전철역으로 되돌아가는 길 장터에는 파장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아직 열기가 남아있었다. 모과를 사, 내가 들었고 도토리묵은 부서지지 않도록 포장을 해서 집사람이 들었다. 그러고는 본인과 아들은 도토리묵을 매우 좋아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단풍구경 가는 날이 장날이라 단풍은 물론이고 장터 구경도 하고 농악과 난타 공연도 보았다. 경춘선을 타고 잠시 젊은 시절로 거슬러 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