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8년 이야기

준모의 '쇠고기(?)'

돌샘 2018. 11. 2. 22:46

준모의 ‘쇠고기(?)’

(2018.10.28.)

준모는 짐 꾸러미를 하나 들고 씩씩하게, 지우는 예쁜 공주 왕관을 쓰고 나타났습니다. 아범과 새아기는 서점에 볼 일이 있어 곧 외출을 하고 조손은 어제 일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준모야! 어제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추운데 축구시합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우리 준모가 어제 두 골이나 넣었다면서.’했더니 ‘예~ 우리 팀이 4경기를 했는데 한번 이기고 한번은 지고 두 번은 비겼어요.’하였습니다. ‘두 골을 넣었는데 한 골은 골대 가까이에서 넣었고 한 골은 멀리서 넣었어요.’하고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어제 시합에서는 평소에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주위의 칭찬을 많이 받았답니다. 지우는 공주왕관을 이모한테서 받았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러고는 ‘어제 정은이 언니 집에서 화장(?)을 했어요. 예뻤어요.’하며 자랑을 했습니다. ‘무슨 화장을 했니?’ 물으니 ‘립스틱을 이렇게 발랐어요.’하며 손을 움직여 보였습니다. 지우는 오빠가 축구시합에 대한 칭찬을 받으니 본인도 뭔가를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준모는 오늘도 비행접시 날리기로 비행체를 공중에 날려놓고 목이 아프도록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할머니 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놀이라 아직 호기심이 남아있나 봅니다. 남매는 젤리와 비스킷을 나누어 먹으며 지우는 공주 왕관, 준모는 V자 포즈로 폼(?)을 잡았습니다. 지우가 물을 달라고 하여 할머니가 대한항공 기내에서 받았던 생수를 따주었습니다. 지우가 생수병을 보더니 ‘할머니! 여행 갔다 왔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전에 우리가 여행갈 때 비행기에서 이거 주었는데...’하였습니다. 네 살배기 지우의 눈썰미와 기억력이 대단했습니다.

 

비행접시 날리기의 비행체가 전등 장식 갓이나 목재 틈새에 들어가 버리고 겨우 한 개만 남았습니다. 이야기 끝에 준모가 좋아하는 비행접시 날리기를 하나 더 사야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준모와 지우가 지금 당장 장난감 사러가자며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밖에는 바람이 제법 부는데 입고 온 옷은 엷으니 다음에 가자며 만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집에 있는 목도리로 중무장을 시킨 후에 수위실을 지나 아파트 담장을 막 벗어나려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가 오는 모양이다. 안 되겠다. 집에 돌아가자.’고 했더니 준모와 지우가 볼멘소리를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차를 타고 가게에 가자며 되돌아오면서 아범이 어디에 있는지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집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집에서 만나 아범 차를 타고 장난감을 사러가기로 했습니다. 가게에 도착하여 각자 사고 싶은 장난감을 고르게 했는데 두 사람의 행동 양상은 판이했습니다. 준모는 장난감을 고를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결정이 지연되었고, 지우는 장난감은 물론이고 과자며 양말이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감각적으로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준모는 꼭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을 때가 아니면 문구류나 책을 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장난감 가게에서 돌아오는 길에 준모는 저녁에 ‘쇠고기(?)’를 먹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준모야! 할머니가 생선요리와 파전, 도토리묵을 준비해 놓았을 텐데... 쇠고기가 먹고 싶다면 일찍 얘기를 했어야지.’하였습니다. 준모가 먹고 싶은 것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으나, ‘소고기’라 하지 않고 ‘쇠고기’라 한 것이 듬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준모가 할머니한테 다시 ‘쇠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어떤 쇠고기가 먹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지난주에 할머니 집에서 먹었던 그 쇠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생각해보니 지난주 준모가 왔을 때 쇠고기 반찬은 없었고 족발을 좋아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번에 먹은 어떻게 생긴 음식이 맛있었는지 물으니 족발의 모양을 묘사했습니다. 결국, 준모가 족발이라는 음식의 이름을 잘 몰라 ‘쇠고기’라 칭했던 모양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준모와 함께 장충동에 족발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준모는 젓가락질을 잘 해야만 집을 수 있는 도토리묵을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기어코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습니다. 지우는 장난감 가게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안방에 눕혀놓았습니다.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을 집에 가서 먹을 수 있도록 챙겨서 담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차를 타고서는 지우도 잠이 깨어 오빠와 함께 열심히 손을 흔들며 조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환절기에 날씨가 심술을 부리는구나.

사전 대비도 잘 하고 튼튼한 체력으로 잘 이겨내야지.

가을이 깊어가니 밤도 길어졌구나.

긴 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남매간에 정다운 이야기 나누며 좋은 추억 많이 만들 거라.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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