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8년 이야기

단풍 나들이와 외식

돌샘 2018. 11. 9. 21:57

단풍 나들이와 외식

(2018.11.3.)

준모와 지우가 ‘할로윈 데이’ 의상을 입고 잔득 멋을 부린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유치원과 유아원 행사 때 입었던 옷인 모양입니다. 준모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요술지팡이와 호박 바구니도 들었습니다. 지우는 서양 공주가 입음직한 폭이 넓은 치마와 화려한 윗옷을 입었습니다. 지우는 멋진 의상을 입은 채 하늘정원으로 나가 고모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놀았습니다. 준모는 옷을 갈아입고 얼른 비행접시 날리기를 시작했습니다. 할애비와 고모는 그릇이나 봉투를 벌여 잡고 낙하하는 비행체를 받아내도록 했습니다. 준모가 온 집안을 휘저으며 놀다가 무료해지자 밖에 나가서 놀자고 했습니다. 저녁을 남한산성 인근 음식점에 예약해두었으니 일찍 출발해 시간이 나면 산성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고모부차를 타고 가겠다하였지만 어린이용 시트가 없다며 만류를 했습니다. 잘 놀아주기도 하고 모처럼 만나니 고모내외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남한산성 올라가는 도로에 약간의 정체가 발생하였지만 큰 무리 없이 남문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 부근에는 남한산성 행궁(왕이 서울의 궁궐을 떠나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거처하는 곳)이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행궁 입구에는 정문격인 한남루가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행궁으로 오르는 오솔길을 산책하다가 단풍이 곱게 물든 나무 밑에서는 나들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준모와 나는 앞서 걸으며 한남루 앞에서 준모의 기념사진도 찍었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가족이 남한산성에서 단풍놀이를 한 셈입니다. 산책을 하는 동안 금방 땅거미가 내려앉고 주변 상가엔 조명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산속이라 해가 더 빨리 지나 봅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단풍 구경은 못할 뻔했지요. 준모와 지우는 뜻대로 고모부의 차를 타고 음식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지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저번에 왔던 집이라 하였습니다. 지난번은 낮이고 지금은 주위가 어두워진 상황인데도 장소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눈썰미와 기억력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다들 실내에 들어가도록 하고 준모는 나랑 고모부랑 불 켜진 주차장에 남아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준모는 나와 고모부를 번갈아 상대하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즐겁게 운동을 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활동적이고 건강한 어린이로 잘 자라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음식준비가 끝나자 손주들은 조부모 곁에 자리하고 옆 상에는 처남 매제 부부가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불판에 오리고기를 굽자 준모는 맛있게 먹는데 지우는 감자구이와 계란 프라이를 더 좋아했습니다. 준모는 어른들이 하는 대로 고기를 상추에 싸서 느긋하게 먹으며 밑반찬으로 나온 도토리묵도 좋아했습니다. 지우는 ‘유 튜브’를 보고 있다가 엄마가 오빠더러 ‘준모는 약속을 안 지켜 내일 키즈카페에 못 가겠네.’하자,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나는 갈 수 있지요?’하며 엄마의 확답을 받으려 했습니다. 키즈카페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가 봅니다. 그러다가 별안간 ‘할머니! 할머니는 여자인데 왜 고기를 구워요?’하였습니다. 고기를 먹다가 지우의 말을 듣고 옆을 돌아보니 아범과 사위가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할애비는 네 살배기 손녀가 보고 느낀 대로 하는 말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천정만 올려다보았답니다. 가족이 모여앉아 식사를 할 때 고기를 굽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겠지만, 시대와 지역특성 그리고 집안 분위기(가풍)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조부모님, 부모님 그리고 우리 6남매가 식사를 하던 옛 생각이 떠올라 싱긋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준모는 비행접시를 날리고 고모내외가 비행체를 잡도록 하였습니다. 비행체를 떨어뜨리지 않고 잡으면 비행접시를 날릴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고모는 몸이 무거워 불편했지만 모처럼 만난 조카의 지시(?)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동참을 했습니다. 지우는 아빠 어깨 위에 올라앉는 목마타기를 좋아했습니다. 남한산성에서 산책을 할 때도 목마타기를 좋아했는데... 지우의 아빠 사랑은 예전부터 유별납니다. 준모가 먼저 분위기를 잡자 지우도 합류하여 음악에 맞춰 남매가 춤을 췄습니다. 요즘 준모는 행동이 의젓해졌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랍니다. 춤이 끝나자 준모는 나랑 고모부랑 세 사람이 둘러앉아 ‘포켓몬 카드’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놀이 세부방법은 준모가 정했습니다.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상당히 긴 시간동안 게임이 진행되었는데 결국 준모가 우승을 했습니다. 고모부한테 포켓몬카드 게임방법을 갓 배웠을 때, 게임에 꼭 이기고 싶었지만 졌다며 방에 들어가 혼자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많이 자랐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집에 돌아가는 차를 타고 조부모와 고모부내외의 환송을 받으며 뿌듯한 마음으로 손을 힘껏 흔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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