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지우) 이야기/3~4세 성장기록

할아버지 하고 잘 놀았어요

돌샘 2019. 2. 22. 23:19

할아버지 하고 잘 놀았어요

(2019.2.17.)

준모와 지우가 쓰던 여러 가지 애기 용품을 ‘소민’이네 집으로 보내고 집사람과 아범이 사용 설명을 할 겸 가본다고 하였습니다. 아범이 집사람을 태우러 집에 들를 때 지우도 동행하여 같이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우가 도착하여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나 여기 있을 거야!’ 했습니다. 지우가 혹시 할머니도 집에 남는 줄 잘못 알고 그러나싶어 ‘지우야! 할머니도 아빠와 같이 가고 할아버지만 여기 있을 건데...’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탁자에서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며 할머니와 아빠에게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나저나 할애비가 혼자서 손녀를 잘 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준모하고는 단둘이서 놀았던 적이 많지만 지우하고는 처음이라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었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곁에 앉아서 지켜보며 이런저런 것을 묻고 답하는 대화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어휘력도 상당하고 말을 조리 있고 야무지게 잘 하였습니다. 지우가 과자를 먹겠다며 창고에 가서 찾았지만 비스킷만 보이자 ‘다른 것 없어?’하며 그냥 나왔습니다. ‘지금 다른 과자는 없는데, 다음에 지우가 좋아하는 과자 많이 사놓을게.’ 하였습니다. 그릇에 담아둔 낱개의 초콜릿이 생각나 물과 비스킷을 함께 주었더니 초콜릿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먹고는 ‘할아버지~ 주스 줘!’ 했습니다. 주스가 없을 텐데 어쩌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요구르트를 좋아하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지우야! 주스는 없고 요구르트 줄게’하며 얼른 뚜껑을 따서 건네주자 미소를 지으며 단숨에 마셨습니다. TV 어린이나라 ‘에디’를 틀어놓고 프로에 나오는 질문에 지우가 대답도 하고 간간이 노래도 따라 불렀습니다.

 

‘포켓몬 카드’를 가지고 놀면서 지우가 시키는 ‘이브이’와 ‘피카추’ 카드를 찾았습니다. 카드에 ‘버섯모’라는 글자가 적혀있자 큰소리로 준모 오빠 ‘모’라고 했습니다. 칭찬을 해주자 ‘자’와 ‘차’자도 안다며 읽고 종이에 직접 써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지우야! 과일 먹을래?’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과와 감 깎은 것을 가져다주니 사과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과일을 먹고 어린이나라 ‘에디’를 보는 중 잠이 오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지우야! 잠 오니? 낮잠 잘래?’하고 물으니, 웃으며 ‘예~’ 하였습니다. 보료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에 나도 곁에 누웠습니다. 지우가 어쩌나하고 자는 체하며 눈을 감았다가 살짝 뜨면 지우도 눈을 감았다 뜨면서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지우가 갑자기 생각난 듯 옷을 갈아입고 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할애비가 손녀를 외출복을 입힌 채 재우는 꼴이었습니다. ‘지우야! 우리 지우 정말 잘 하는구나~. 그래, 옷 갈아입고 자야지!’하며 일어났습니다. 가져온 옷을 꺼내자 지우가 스스로 입겠다고 했습니다. 앞뒤를 잘 구분하여 입기 시작했고 팔을 소매에 넣을 때만 도와주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지우가 탁자에 앉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꽃을 그렸습니다. 꽃 전체 모양의 특징을 잘 살렸고 꽃은 분홍색, 줄기는 초록색으로 색깔을 기억하여 칠했습니다. 오전에 아범이 보내준, 준모는 피아노 치고 지우는 기타 치며 구구단을 외우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반복해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다른 이야기 끝에 지우가 ‘지우 피아노는 작고 오빠 피아노는 커!’하여 ‘지우 피아노는 작지만 정~말 예쁘구나!’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오빠 피아노는 아주 큰~ 데, 지우 피아노는 작아! 많~이 작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음성에서 서운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습니다. ‘지우야! 작고 예쁜 피아노는 지우 혼자 거고, 큰 피아노는 오빠와 지우가 같이 사용하는 거야~’ 했더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지우의 그 말과 음성이 귓가에 남아 내 마음에 복잡하고 미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조손이 손을 잡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에디’를 보고 있는데 ‘딩동~’하며 현관문이 열리고 할머니와 아빠가 들어왔습니다. 지우가 현관으로 고개를 돌려 아빠와 할머니를 확인하고는 TV를 계속 보았습니다. 오늘은 할애비 혼자서 손녀를 돌보는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셈입니다. 몇 시간동안 차분하게 지켜보니, 우리 지우가 상냥하고 애교스러울 뿐만 아니라 의사표현도 잘하고 생활자세도 올바르게 잡혀있어 흐뭇했습니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정도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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