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지우) 이야기/3~4세 성장기록

할머니~ 엄지 척!

돌샘 2019. 2. 9. 18:48

할머니~ 엄지 척!

(2019.2.2.)

준모는 외부 일정으로 엄마와 외출할 예정이고, 아범은 사돈댁에 들릴 예정이라 지우는 조부모와 놀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졸리거나 의기소침한 기색이 전혀 없이 즐거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식탁에 앉아 집에서 싸가지고 온 빵과 계란프라이를 맛있게 먹고는 금방 그림 그리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빠가 출발할 때에는 탁자에서 그림에 몰입한 상태라 겨우 인사를 건넬 정도였습니다. 크레용으로 할머니부터 먼저 그리고 할아버지도 그렸는데 할머니는 긴 머리카락, 할아버지는 안경을 강조해 그린 듯했습니다. 지우가 그림을 들고 있을 테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습니다. 의외의 요청을 받고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짐짓 “지우야! 와~ 그림 잘 그렸네... 할아버지가 멋있니, 할머니가 멋있니?” 물었습니다. 질문을 하면서도 할애비가 어린 손녀 골탕 먹이는 잘못된 질문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망설이지 않고 “할아버지는 멋있고, 음~ 할머니는 예뻐요!”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절묘한 답변에 감탄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지우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지우가 일어나 현관 쪽으로 급히 가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아이~ 부끄러워~” 하였습니다. 재치 있는 답변만 해도 어린 손녀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는데, 과잉 칭찬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언행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흐뭇하고 사랑스런 마음에 조부모의 웃음보가 터져 한동안 닫힐 줄 몰랐답니다.

 

 

동화책을 읽어 달라하여 소리를 내어 읽었더니 지우는 이야기 전개내용에 해당하는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포켓몬 카드’도 가져와 펼쳐놓고 그림을 찾았는데 카드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카드를 양편으로 갈라놓고 각자 뒤집으면 내가 승패를 판단해 주었습니다. 큰 숫자를 알고 승패를 직접 판단할 수 있게 되면 게임이 훨씬 재미나겠지요. 어느새 할머니가 지우가 좋아하는 하얀국물(곰국)과 점심을 차려놓고 불렀습니다. 조손이 식탁에 마주앉자 지우는 곰국에 밥을 말고 새로 사온 예쁜 수저로 맛있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한 숟가락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최고!”하며 할머니 앞으로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습니다. 요즘 지우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편이지만 특히, 하얀국물과 자장면, 탕수육 등을 좋아합니다. 할머니가 “지우야! 하얀국물 맛있니?”하고 되묻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엄지 척!’을 반복하며 “할머니 최고!” 하였습니다. 어린 손녀가 치켜세우자 할머니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기름기를 일일이 제거하며 곰국을 끓이자니 손이 많이 간다며 하소연하더니 손녀의 애교스런 언행으로 보답을 받았나 봅니다. 식사 후에는 과일을 먹겠다며 지우가 부엌에 있는 소반을 들어 거실에 가져다놓았습니다. 할머니가 과일접시를 올려놓자 먼저 할애비에게 하나를 주고 자기도 먹기 시작했답니다.

 

 

지우의 요청으로 TV ‘어린이나라’를 틀어주었는데 ‘에디’라는 프로를 즐겨보았습니다. 프로를 보다가 자막에 아는 글자와 숫자가 나오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소리로 읽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아는 글자가 제법 많아 칭찬을 해주자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열심히 읽었습니다. 배워서 아는 즐거움을 느끼나 봅니다.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졌습니다. 조손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린이집 친구의 이름 ‘태은’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잠이 오는지 낮잠을 자려고 할머니와 안방에도 들어가 보고, 거실 보료 위에도 누워 보았지만 곧 일어났습니다. 할머니가 “지우야! 이제 아빠 올 때가 다되었으니 좀 치우고 놀자.” 했더니 동화책과 그림 그린 종이, 방석 등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정리정돈을 했습니다. 할애비가 보기에 꽤 열심히 잘 정리를 했습니다. 아빠가 도착해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는 할머니 집에 더 놀겠다고 하였습니다. “지우야! 몇 밤만 자고나면 설이라 또 만나게 되니 그 때 많이 놀자.”고 달래었답니다. 지우가 돌아가고 나니 다정다감한 언행과 귀여운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자꾸만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