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46

늦여름 팔당호 남쪽 호반

늦여름 팔당호 남쪽 호반 (2023.8.27.) 더위가 한결 무디어진 느낌이다. 아직 가을이 왔다고 하기엔 성급하지만 큰 변화가 생긴 것만은 틀림없다. 흐린 날씨까지 더해져 야외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오랜만에 팔당호 남쪽 호반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에 나섰다. ‘팔당전망대’ 앞 호숫가에서 건너편 ‘다산생태공원’과 멀리 ‘팔당댐’을 바라보니 가슴이 툭 트이는 느낌이다. 수초 사이를 유영하는 오리가족과 갈대밭 앞에 미동도 않고 서 있는 백로의 모습에서 여름날 오후의 한가로움이 묻어난다. 높은 전망대에 오르니 물속 수초들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시야가 양수리 너머로 넓어졌다. 호수 주변은 아직 한여름의 꿈속에 잠겨 있는 듯 온통 초록세상이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팔당물안개공원’으로 향했다. 강변 습지를 가로지르..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를 찾아서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를 찾아서 (2023.8.12.) 태풍이 지나간 후 소나기라도 내릴 듯 하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니 여름철 나들이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연꽃이 한창인 계절이라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를 찾아 나섰다.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라 주변 사정에 어두워 멀찌감치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크고 푸른 잎만 무성한 연밭이 보여 실망스러웠지만, 조금 더 들어가자 하얀 백련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돌려 넓게 펼쳐진 연밭을 두루 살폈다. 멀리 동네 안쪽에 있는 연밭에는 제법 많은 방문객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먼발치에서 보아도 빛깔이 백련이 아니라 홍련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 가볍게 그쪽을..

두물머리 연꽃 구경과 용문사 계곡 피서

두물머리 연꽃 구경과 용문사 계곡 피서(2023.7.21.)장마 중 어제, 오늘 날씨가 맑은가 했더니 폭염경보가 내렸다는 안전 안내 문자가 날아들었다. 꽃들도 이맘때면 장마와 뙤약볕에 지치기 마련일 텐데, 연꽃은 이때를 맞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곡식과 과일이 여름철 폭염을 거치며 여물어 가듯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연차 휴가라 평일 교통이 원활한 틈을 이용해 연꽃구경에 나섰다. 두물머리 교량 밑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서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연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뜻은 폭염 속 한낮 불볕더위에도 꺾이지 않나 보다. 예전 배다리가 있던 곳에서부터 느티나무 고목과 고인돌, 황포돛배, 물안개 쉼터를 거쳐 두물머리 나루터까지 물가를 따라 걸었다. 한강변에 길게 형성된 연밭에는 초록색 연잎 사이로 하얀..

봉선사와 광릉 탐방

봉선사와 광릉 탐방 (2023.7.16.) 봉선사(奉先寺)라는 절에 피는 연꽃이 구경할 만하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섰다. 집을 떠난 후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목적지 부근에 이르자 장대비가 되었다. 음식점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 은근히 걱정되는 마음으로 점심부터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만일을 위해 우산을 챙겨 운악산 봉선사(雲嶽山 奉先寺) 일주문을 들어섰다. 절집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연꽃이 피기 시작한 넓은 연못이 있고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목재 데크가 있어 구경하기 편리하고 청사초롱까지 걸려 있었다. 비가 그친 직후에 방문객들이 이렇게 많을 걸 보면, 장대비가 내릴 때 주변에서 기다렸던 모양이다. 우산처럼 펼쳐진 큰 연잎사이로 분홍빛 홍..

탁족의 즐거움을 느끼며...

탁족(濯足)의 즐거움을 느끼며...(2023.7.2.)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도 되기 전인데 한낮 더위가 보통이 아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잊는 피서법이 생각났다. 숲속의 맑은 계곡수 하면 좀 멀기는 해도 양평 용문사 계곡만한 장소가 없는 것 같다. 점심을 일찍 챙겨먹고 돗자리와 수건을 들고 집을 나섰다. 용문사 입구의 출입은 무료 개방되었지만 주변은 여전히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냇가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서자 벌써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길옆 인공수로엔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그곳에 들어가 걷는 성급한 방문객도 보였다. 아래 계곡 쪽에서는 육중하고 장쾌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옛사람들이 더위를 잊기 위해 물 좋은 시내를 찾아 발을 씻었다는 말은 일찍부터 ..

가평 자라섬 꽃 축제

가평 자라섬 꽃 축제 (2023.6.15.) 가평에 있는 ‘자라섬’ 꽃 축제가 6월 20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주말에는 관람객도 많고 도로 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에 목요일 오후에 틈을 내었다. ‘남이섬’ 상류에 있는 자라섬은 몇 개의 섬으로 나뉘어지는데, 가장 아래쪽에 있는 남섬이 꽃 축제장이었다. 초입에 물가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꽃 그네의자가 눈에 띄어, 잠시 앉았더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사피니아 꽃으로 장식된 ‘남도 가는 길’을 들어서자 섬 전체가 꽃으로 가득했다. 미니 백일홍 꽃밭을 지나 섬 서쪽으로 걸으니, 흐드러지게 핀 꽃양귀비와 보라색 유채 꽃밭이 넓게 펼쳐졌다. 꽃밭 사이엔 갖가지 조형물들이 설치되고 곳곳에 그늘막과 정자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섬 남단에 이르니 작은 무..

정선 하이원, 운암정, 제천 박달재

정선 하이원, 운암정, 제천 박달재(2023.6.6.)여행 넷째 날하이원은 리조트와 스키는 물론 ‘카지노’로도 잘 알려진 곳이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닿지 않아 위치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방문을 했다. 사북방향에서 진입해 그랜드호텔과 강원랜드를 지나 하이원리조트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무사히 하이원탑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중간에 승강장이 보였지만 뭐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통과했다. 종점에 도착해 승강장 밖으로 나오니 ‘하이원 탑 1340m’라 적힌 그네의자와 ‘하이원 포토트래블’이라 적힌 포토 존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방문객들이 차례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원형전망대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건물 옆 비탈면에는 ‘소망나무 ..

이가리 닻 전망대, 영덕 해맞이공원, 정선 만항재, 정암사, 고한읍내

이가리 닻 전망대, 영덕 해맞이공원, 정선 만항재, 정암사, 고한읍내(2023.6.5.)여행 셋째 날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포항에서 동해안을 거슬러 울진 방향으로 나아갔다. 사방기념공원을 지나 ‘이가리 닻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웠다. 송림에서 바다를 향해 난 데크 다리를 따라 들어가니 중간에 빨간 등대, 전망대 끝엔 키 모양의 조형물이 보였다. 평일 오전이라 주위가 한적했고, 바닷가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니 기분이 상쾌했다. 해안가 바위들 사이에서 거북을 닮은 ‘거북바위’를 찾아내곤 즐거워했다. 강구항을 지나 영덕해맞이공원을 지날 때 ‘창포말 등대’에 서서 주변 경치를 바라보았다. 등대의 게 모양 독특한 형상이 인상에 남아, 오륙년 전에 이곳을 지났던 기억도 생생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쭉 가..

영천 은해사, 임고서원, 포항 영일대, 스페이스 워크

영천 은해사, 임고서원, 포항 영일대, 스페이스 워크(2023.6.4.)여행 둘째 날대구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은 교통이 원활했다. ‘팔공산은해사(八公山銀海寺)’라 적힌 문을 들어서니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었다. 절로 들어가는 길엔 아름드리 송림이 우거지고 청아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속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텅 빈 상태로 들어오라는 뜻인가 보다. 부도탑을 지나 계곡 다리를 건너자 절 입구 보화루(寶華樓)가 보였다. 극락보전으로 들어서니 앞뜰에 연등이 아치형으로 매달린 모양이 이채로웠다. 법당 안에 모셔진 부처님과 후불탱화 그리고 천정의 독특한 장식물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범종루에 잠시 들렀다가 성보박물관에 보관된 유물들을 관람했다. 절을 나와 고즈넉한 하천가 벤치에 앉았다. 정면은 수직 암벽에 울창한 ..

영동 강선대, 월류봉,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영동 강선대(降仙臺), 월류봉(月留峰),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2023.6.3.)여행 첫째 날샌드위치 데이를 포함한 4일 연휴 첫날이라 차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교통체증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한낮이 되어서야 겨우 강선대에 도착했다. ‘등선정’을 지나 데크 교량으로 연결된 강선대에 올랐다. 주변 풍광이 워낙 뛰어나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푸른 금강 암반 봉우리에 사뿐히 내려앉은 듯한 형국인데다, 울창한 송림까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었다. ‘송호관광지’ 바위에 설치된 ‘여의정’과 강 가운데 있는 ‘용암’을 둘러보고, ‘송호금강물빛다리’를 건너 숲속 언덕의 함벽정과 봉양정도 방문했다. 정자에서 강변을 바라보니 과연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길 만한 곳이었다. 황간면에 있는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