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9년 이야기

손주들의 재롱

돌샘 2019. 9. 13. 21:09

손주들의 재롱

(2019.9.8.)

태풍 ‘링링’이 만들어 놓고 간 하늘정원의 일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하루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엔 아범이 사돈댁에서 보내주신 각종 과일과 채소들을 전하러 들릴 때 준모와 지우도 함께 왔습니다. 현관 밖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준모는 물론이고 지우도 과일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어제 태풍이 불 때 무얼 했는지 안부를 물었더니 그냥 집에 있었다는데 준모는 감기기운이 있나 봅니다. 지우는 얼른 내 손을 잡고 하늘정원에 올라가자 하였고 준모는 엉뚱하게도 낚싯대를 꺼내달라고 하였습니다. 지난번에 비행접시 날리기를 하다가 창문턱과 전등갓 위에 얹힌 것을 끌어 내리려나 봅니다. 지우의 성화에 못 이겨 2층으로 올라가면서 준모에게 낚싯대는 할머니께 부탁드리라고 얘기했습니다. 지우에게 말끔히 청소된 하늘정원을 보여주고 들어오니, 준모는 낚싯대를 길게 뽑아내어 전등갓 위의 비행접시 내리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었습니다. 내가 내려주려 했지만, 낚싯대로 내리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놀이인 양 본인이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비행접시를 내린 후 준모와 지우는 발사대를 하나씩 들고 나란히 서서 경쟁하듯 힘껏 공중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준모는 지우가 가지고 노는 ‘오자미’처럼 생긴 헝겊 공을 보더니 야구를 하겠다며 ‘배트’를 달라고 했습니다. ‘야구배트’를 대신할 만한 방망이를 찾았으나 마땅한 게 없어 낚싯대를 접어서 주었더니 좋아했습니다. 타자의 멋진(?) 폼을 잡고 서있는 준모를 향해 헝겊 공을 던져주자 힘차게 타격을 했습니다. 아빠와 함께 프로야구 구경도 갈 정도이니 야구에 관심이 있고 운동신경도 괜찮아 신나게 잘 쳤습니다. 지우가 아빠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여 춤을 추기 시작하자 준모도 흔쾌히 합류를 했습니다. 지우가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춤을 춘다면, 준모는 씩씩하고 박력 있게 흔들어대는 막춤(?)을 추었답니다. 예정에 없던 손주들의 ‘가을밤 재롱잔치’가 열리자 집안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가을밤은 웃음과 함께 깊어만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