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2019년 이야기

조손이 함께하면 즐거워요

돌샘 2019. 10. 5. 19:59

조손이 함께하면 즐거워요

(2019.9.26.)

아범의 오랜 친구가 상을 당하여 퇴근 후 부부가 문상을 다녀오는 동안 준모와 지우는 할머니집에 와 놀기로 했습니다. 손주들이 오는 저녁 무렵에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중앙광장으로 내려가서 손주들을 맞았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 것으로 예상되어 놀이터부터 들리기로 했습니다. 주위가 어두웠지만 준모와 지우는 좋아라고 깡충거리며 놀이터로 뛰어갔습니다. 남매가 회전자전거에 올라타고 준모가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힘차게 회전을 했습니다. 준모가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타세요.”하였습니다. 자전거에 조부모를 모두 태워도 회전을 시킬 자신이 있는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타지 않았지만 나는 손자가 태워주겠다는 회전자전거에 얼른 올라탔습니다. 준모가 페달을 힘차게 밟자 어지러울 정도로 씽~씽~ 빠르게 회전을 했습니다. “지우야~ 지우도 페달을 밟을 줄 아니?”하고 묻자, “오빠는 자전거를 탈 줄 아니까 페달을 돌릴 수 있지만 나는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해.”했습니다. 준모가 회전자전거 페달을 돌리지 못하던 시절 손으로 끌어주던 옛일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늠름하게 많이 자랐습니다. 놀이를 끝내고 계단을 걸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는 괜찮겠지만 지우는 힘 든다며 업어 달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10층까지 거뜬히 걸어 올랐습니다.

 

준모는 ‘몰랑이’를 꺼내 놀이를 하고, 지우는 무용자세를 펼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고는 준모와 지우 모두 옆방에서 발사대를 하나씩 가져 나와 비행접시를 날렸습니다. 준모는 씽씽 날렸지만 지우는 높게 날리지 못하자 곧 시들해졌습니다. 준모는 내가 비행접시를 날리게 하여 낙하하는 비행접시를 손으로 잡으려고 쿵쾅거리며 뛰어다녔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에게 요청하여 세 사람이 ‘루미큐브’게임을 시작하자 지우는 외톨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지우는 할머니 무릎에 앉았다가 등을 타고 올라가기도 하며 심심함을 달랠 겸 훼방도 놓았습니다. 급기야는 오빠의 등 뒤를 올라타자 준모가 장난기 섞인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지우가 좋아하는 ‘어린이나라’ 프로를 틀어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버턴을 조작하다 실수를 하자 “할아버지는 텔레비전도 못 틀고~ ‘몰랑이’도 모르고~ 아이 창피해~”하며 놀려대었습니다. 지난번 만났을 때 내가 ‘몰랑이’라는 이름을 몰라 ‘못난이’라 했던 일을 기억하나 봅니다. 준모는 친구들과 퀴즈 시합을 했는데 자기와 한편이 된 친구들은 “준모가 우리 편이 되었으니 이기는 것은 걱정 없다.”고 했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준모는 요즘 의젓하고 늠름할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붙은 태도가 느껴집니다.

 

밤이 깊어가자 준모와 지우 모두 졸리는 듯했습니다. “졸리면 자도 돼. 아빠가 오면 깨워줄게.”했더니 슬그머니 자리에 누웠습니다. 금요일이라면 그냥 재워도 되는데... 손주들이 내일 학교와 유치원에 가야하니 아범이 오면 집에 돌려보내야 합니다. 잠이 채 들기 전에 아범이 도착했고, 일어나 각자의 짐을 챙겼습니다. 저녁에 고장 났던 엘리베이터가 수리 완료되어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조손이 즐거워했던 가을밤을 남겨놓고 아빠와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