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돌샘 2020. 3. 6. 20:40

봄이 오는 길목에서

(2020.3.3)

TV를 켜도 인터넷 신문을 보아도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소식이다. 회사는 ‘유연근무제’를 채택하여 임직원들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퇴근한다. 자연히 대화도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면 자제하는 분위기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약속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되었다. 지하철을 타면 승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퇴근길에 지나는 음식점엔 손님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딘지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기색이다. 내 마음도 움츠러드는 느낌이라 기분전환을 할 만한 소식을 찾아보았다. “벚꽃 평년보다 5~8일 빨리 핀다.”는 조그만 기사가 눈에 띄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서울 벚꽃은 4월 3일에 피어 평년보다 7일 빨랐는데, 예상대로라면 올해는 하루 더 앞당겨진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하늘정원에 올라가 화단에서 자라는 초목들을 살펴보았다. 멀리서 볼 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관찰하니 봄기운이 돌고 있었다. ‘보리수’는 꽃망울이 맺혀 제법 커졌고 넝쿨장미는 붉은색, 불두화는 연두색 잎눈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섬초롱꽃’과 ‘샤스타데이지’는 싹을 틔운 지 제법 된 듯 잎이 상당히 크게 자랐다. 출근길 아파트 화단을 지날 때 봄기운이 감도는 나무에 자연히 눈길이 갔다. ‘산수유’는 노란 꽃봉오리가 곧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살구나무’에는 연두 빛이 감도는 꽃망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인간세상은 온통 폐렴 걱정에 경황이 없어도 자연은 어김없이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분위기지만 마음만이라도 봄맞이 할 채비를 해야겠다.

 

(이 맘 때면 떠오르는 한시가 있어 올립니다)

 

探春(탐춘)

(봄을 찾아서)

 

宋나라/ 戴翼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종일토록 봄을 찾았으나 봄을 보지 못하고

 

芒蹊踏遍隴頭雲(망혜답편롱두운)

짚신 신고 롱산 기슭 구름 속을 두루 헤매었는데

 

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봄은 나뭇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

 

 

(하늘정원 화단)

 

 

 

 

 

 

(아파트 화단)

 

 

'돌샘 이야기 >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 밤의 분수 쇼  (0) 2022.07.15
서울하늘에 뜬 무지개  (0) 2021.07.23
어떤 친구모임  (0) 2019.07.19
마산의 구도심  (0) 2018.12.14
지공거사가 되어  (0) 201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