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서울하늘에 뜬 무지개

돌샘 2021. 7. 23. 21:08

서울하늘에 뜬 무지개

(2021.7.19.)

지방에서 보낸 소년시절, 여름철에 무지개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세찬 소나기가 내렸다 개거나 햇볕이 난 상태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나면, 어김없이 저편 하늘에 찬란한 무지개가 떴던 기억이 난다. 갠 하늘에서 때 아닌 빗방울이 떨어지면, 야시비(여우비)라 부르며 친구들이랑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야시비가 오는 날엔 호랑이가 장가가고 야시(여우)가 시집간다.’고 했었지...

 

청년시절 이후 줄곧 서울생활을 해왔지만,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본 기억이 없다. 서울하늘이라고 무지개가 뜨지 않았을 리야 없겠지만,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해 기억에 남지 않은 모양이다. 소년이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설레곤 했는데... 청년이 된 이후로는 편안히 무지개를 바라보며 감상할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나 보다.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맑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약간 떨어졌다. 비라고 하기엔 빗방울이 성기어 우산을 쓰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얘기했더니, 집사람이 낮에는 소나기가 한줄기 내렸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고 옷을 갈아입으며, 평소 습관처럼 창밖을 힐끗 쳐다봤다. 문득 낯선 형상이 시야에 들어오는 듯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강남 한복판쯤에서 우면산기슭으로 이어지는 하늘에 커다란 아치형 색채가 드리워졌다. 선명한 무지개였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냐! 오랜만에 보는 귀한(?) 무지개라 급히 집사람을 불러 구경하도록 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양으로 서둘러 하늘정원에 올라갔다. 영롱한 빛깔을 띤 무지개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왔다.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으니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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