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20년 하늘정원

꽃향기를 맡으며 떠오른 단상

돌샘 2020. 4. 3. 21:18

꽃향기를 맡으며 떠오른 단상

(2020.3.29.)

3월의 하늘정원은 나름대로 바쁜 시기다. 월동용 온상의 비닐과 보온용 헌옷가지는 걷어내 말려서 보관하고, 방과 복도에서 월동한 화분들은 하늘정원으로 옮겨야 한다. 밖으로 나온 화분은 초목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꽃피는 시기와 산책로를 감안하여 자리를 배치한다. 실내에서 장기간 월동한 화초들은 약해져 하늘정원에 내어 강한 햇빛을 받으면 잎이 타들어가 새잎이 나올 때까지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된다. 아름다운 잎과 꽃 그리고 향기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화분은 당분간 실내에 남겨두는 것이 좋다.

 

작년 초겨울 월동을 시작할 때 ‘긴기아난’ 화분이 4개 있었다. 꽃이 피면 향기가 좋아 월동할 자리를 정할 때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화분 1개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컴퓨터방, 다른 1개는 2층 복도에 두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화분 2개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부득이 뒷방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났다. 컴퓨터방에 둔 화분은 2월 하순에 몇 송이 꽃을 피우는가 하더니 개화가 끝나버렸고, 복도 화분은 꽃봉오리가 맺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추운 뒷방에서 월동한 화분 2개에는 꽃망울이 송골송골 무수히 맺혀 있었다. 실내화분을 밖으로 옮기던 날 뒷방 화분 2개는 복도에 옮겨두었다. 일주일이 지난 요즘 꽃이 만개하여 2층 복도는 물론 온 집안이 꽃향기로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꽃향기에 대한 찬사를 보내게 된다.

 

나의 학창시절이던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은 물론 제반 사회 환경이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한창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매사 힘들게 노력하지 않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당시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말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기쁨 그리고 보람과 행복은 힘들고 고생스럽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치게 되었나 보다. 추운 뒷방에서 월동한 ‘긴기아난’의 진한 꽃향기를 맡다가 잠시 옛 생각에 잠겨보았다.

 

 

(긴기아난, 군자란)

 

 

 

 

 

 

 

 

 

 

 

 

(월동을 마치며...)

 

 

 

 

 

 

 

 

 

 

(화분 이동과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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