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20년 하늘정원

하늘정원의 봄

돌샘 2020. 6. 12. 20:40

하늘정원의 봄

(2020.5)

지난겨울 큰 추위가 없었던 덕분에 봄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봄꽃축제는 줄줄이 취소되고 말았지만, 꽃은 제철을 어기지 않고 피었다. 하늘정원에도 동백꽃, 자두나무, 보리수, 각종 철쭉과 영산홍, 병꽃나무, 불두화, 만리향나무(돈나무), 향정목이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매발톱꽃, 은방울꽃, 꽃잔디, 섬초롱꽃, 디기탈리스, 샤스타데이지, 바위취, 기린초, 끈끈이 대나물, 백화등, ‘부룬펠지어 쟈스민이 앞을 다투듯 피어났다. 화원에서 사다 심은 화초는 크기에 비해 꽃송이가 많이 달리고 빛깔이 화려하지만 하늘정원에서 월동한 꽃은 모양이나 색깔이 소박하고 청초한 느낌이 든다. 품종 차이도 있겠지만 온도, 비료, 햇빛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향기만큼은 모자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5월이 되자 하늘정원 울타리엔 덩굴장미 가지마다 무수히 많은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봄이 무르익어가면서 꽃송이가 붉은 손수건을 펼치듯 하나씩 피어나고, 어느새 붉은 물결처럼 무리지어 바람에 일렁이었다. 매일 출퇴근 할 때 아파트 밑에서 하늘정원을 올려다보면 환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았다. 더위가 찾아오자 봄은 아쉬움 속에 내년을 기약하고, 붉은 장미송이는 따가운 햇볕아래 꽃비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