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21년 하늘정원

하늘정원의 봄맞이

돌샘 2021. 4. 2. 21:45

하늘정원의 봄맞이

(2021.3)

320.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오전부터 봄비가 내린다. 비옷을 입고 예정대로 월동용 비닐을 걷어냈다. 돌단풍과 명자나무는 꽃을 피웠고, 영산홍과 철쭉은 곧 터질 듯 꽃망울이 부풀러 올랐다. 화분사이 보온용으로 넣어둔 헌옷은 흠뻑 젖은 것도 있었다. 실내에서 월동한 작은 화분들도 비를 맞도록 밖에 내놓았다. 헌옷가지와 비닐, 담요 등 보온자재가 하늘정원에 가득 찼다. 헌옷과 담요는 처마 안으로 넣었지만, 비닐은 그냥 비를 맞힐 수밖에 없었다. 비닐 속에서 월동한 화분은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분만 남아있는 듯했다. 비가 오지만, 처마 안쪽에 놓인 화분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꽃들이 오랜 갈증을 식히도록 물을 듬뿍 주었다. 일요일엔 비가 그쳤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천안 공원묘원에 다녀와 하늘정원 정리 작업을 계속했다. 보온용 큰 비닐을 접을 때는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 맞잡으니 한결 수월했다.

 

젖어 있는 헌옷가지는 퇴근하여 야간에 골고루 펼쳐 늘어놓고 며칠간 말렸다. 주말에는 각종 보온자재들을 제자리에 챙겨 넣고 갈무리를 하리라 계획했다. 자재들을 정리해 놓아야 실내 화분을 바깥에 옮겨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 일기예보를 보니, 토요일(327) 오후에는 비가 올 것이라 한다. 오후엔 손주들이 놀러올 예정이지만, 말린 헌옷가지 비를 맞히지 않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치워야 한다. 매사에 때가 있고 일에는 순서가 있으니, 게으름을 부려 시기를 놓치거나 일머리를 무시하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일요일엔 비가 그쳐 실내에서 월동한 화분들을 바깥에 내놓는 대이동을 실시했다. 크고 무거운 화분을 옮길 땐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화분에 떨어진 낙엽들을 주워내고 배치계획에 맞추어 제자리를 찾아 옮겼다. 무거운 화분을 잔뜩 힘주어 들어 옮길 땐 긴장과 열기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꽃망울이 곧 터질 것 같은 군자란과 긴기아남 화분은 꽃향기를 맡게 2층 복도에 임시 두었다. 화분 물받침대, 깔개 돗자리 정리와 청소는 집사람이 맡아줘 힘을 덜어주었다. 체력이 한계점에 도달해 가던 오후 느지막이 화분 이동과 정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샤워를 하고 거실에 내려오니, 온몸이 쑤시고 편도선이 부은 듯 목이 뜨끔거렸다. 저녁을 먹고 나자 긴장했던 탓인지 편두통까지 심하게 왔다. 이틀 연속 작업으로 몸에 무리가 갔나 보다. 나이를 먹으면 체력이 떨어지니 일을 나누어 해야 하는데, 일을 보면 그렇게 되질 않는다. 피곤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목이 붓고 머리까지 아프니 혹시 코로나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겁이 덜컥 났다. 자고 일어나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고, 회사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니 견딜만했다. 화요일엔 퇴근해 하늘정원을 살피기 위해 2층 복도에 오르니, 긴기아남 향기가 살포시 났다. 수요일(331) 이른 아침 눈을 뜨니, 거실 아래 위층이 온통 꽃향기로 가득 찼다. 이른 봄과 늦가을에 월동용 화분을 집 안팎으로 옮기느라 큰 곤혹을 치르지만, 꽃은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아름다움과 감미로운 향기를 선사한다. 이번 주말에 또 비가 올 예정이라니 3주 연속 비소식이다. 화원에서 봄꽃을 사다 심는 일은 화창한 주말로 미루고, 우중엔 작년 가을에 수확해 두었던 꽃씨를 심어야겠다. 하늘정원의 봄맞이는 늙은(?) 정원사의 손길을 기다리나 보다...

 

(월동용 비닐을 걷어내고)

 

 

 

( 실내화분을 바깥에 옮겨놓고)

 

 

 

(긴기아남과 군자란)

 

(보리수나무에 직박구리 방문)